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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 만리장성’ 너머 그곳···멸종위기 새도 탐내는 갯벌성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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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신시도 어촌체험마을. 갯벌 체험에 나선 모녀의 웃음이 환하다. 아이들도 호미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바지락을 캘 수 있다. 뒤로 보이는 다리가 고군산군도로 이어지는 고군산대교다. 백종현 기자

전북 군산 신시도 어촌체험마을. 갯벌 체험에 나선 모녀의 웃음이 환하다. 아이들도 호미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바지락을 캘 수 있다. 뒤로 보이는 다리가 고군산군도로 이어지는 고군산대교다. 백종현 기자

지도를 펼쳐 서해안의 허리께를 짚어본다. 군산 앞바다를 남북으로 지나는 긴 선과 그 옆에 무리 지은 섬들. ‘바다 위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새만금방조제(총 길이 33.9㎞)와 고군산군도다. 63개 섬이 점점이 떠 있는 고군산군도 가운데 방조제를 건너며 먼저 만나게 되는 어촌이 바로 신시도다. 무녀도와 선유도로 통하는 다리 밑에 자리해 있다. 선유도처럼 걸출한 해수욕장은 없지만, 신시도는 풍요롭다. 거대한 갯벌이 있어서다. 계절마다 온갖 갯것이 고개를 내미는 이곳은 어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터이자, 새들의 쉼터다. 넉넉히 거리를 두고 뛰놀 수 있는 천혜의 놀이터기도 하다.

흙 반 바지락 반

신시도 앞산에서 본 어촌체험마을의 전경. 고군산대교 너머로 무녀도와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 일대가 보인다. 백종현 기자

신시도 앞산에서 본 어촌체험마을의 전경. 고군산대교 너머로 무녀도와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 일대가 보인다. 백종현 기자

신시도는 고군산군도 중 가장 몸집(면적 4.25㎢)이 크다. 실거주자는 270명 남짓으로, 어민이 대부분이다. 2010년 섬 동쪽에 방조제가 닿으면서 육지와 한 몸이 됐지만, 섬 주민은 여전히 남서쪽 포구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인터넷에 ‘신시도’를 검색하면 ‘낚시’ ‘민박’ ‘어촌체험마을’ 따위의 키워드가 자동으로 따라온다. 김영아 신시도 어촌체험마을 사무장의 말을 빌리자면 “아빠들의 낚시터에서 가족 여행지로 서서히 바뀌는 중”이다. 외딴섬일 때는 낚시꾼의 터전이었지만, 육로가 생기고 접근이 쉬워지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 확 늘었단다. 아빠는 감성돔‧우럭 따위를 잡으러 좌대 낚시터로 향하고, 아이들과 엄마는 갯것을 캐러 갯벌로 드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대략 12만5000명이 여행자가 마을을 찾았단다. 전국 109개 어촌체험마을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다.

갯벌은 넉넉히 거리를 두고 뛰놀 수 있는 천혜의 놀이터다. 신시도 앞바다는 발이 빠지지 않는 단단한 갯벌이라 아이들도 안심하고 활보할 수 있다. 백종현 기자

갯벌은 넉넉히 거리를 두고 뛰놀 수 있는 천혜의 놀이터다. 신시도 앞바다는 발이 빠지지 않는 단단한 갯벌이라 아이들도 안심하고 활보할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신시도 앞바다에 물이 빠지자 모래와 돌이 많이 섞인 단단한 갯벌이 드러났다. 발이 빠질 일이 없어, 아이들도 마음껏 펄 위를 활보했다. 사계절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4월이 돼서야 갯벌 체험을 시작했단다. 덕분에 올여름 갯벌에는 바지락이 차고 넘쳤다.

사실 바지락 캐기는 별다른 요령이 없다. 펄을 깊숙이 들춰내 거무튀튀한 조개를 찾으면 된다. 장화와 호미만 있으면 누구나 캘 수 있다. 신시도 주민은 세 시간 만에 바지락을 66㎏까지 거둔단다. “어민은 4~7월만 바지락을 캐는데 가구당 평균 120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이영집 어촌계장이 자랑했다. 갯벌 체험에 5000원이 드는데, 마을에서 1㎏짜리 바지락을 5000원에 판매하는 걸 고려하면 가성비가 대단했다. 어린이도 한두 시간이면 망자루에 너끈히 2~3㎏을 담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갯벌은 맛있다 

바지락 캐기에 나선 두 어린이 뒤로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가 무리지어 앉아 있다. 백종현 기자

바지락 캐기에 나선 두 어린이 뒤로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가 무리지어 앉아 있다. 백종현 기자

썰물의 시간. 갯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무리였다. 바지락을 캐는 꼬마들 뒤에 떼 지어 앉아 고개를 파묻고 먹이활동을 했다. 신시도 갯벌에는 게와 갯지렁이, 조개 등 새들의 먹잇감이 널려 있었다.

포구 앞 인생포차의 상차림. 바지락탕·바지락전·돌게장·우럭매운탕·꼴뚜기젓·소라무침·부세조기구이 등이 깔렸다. 모두 신시도에서 난 갯것으로 만든 음식이다. 백종현 기자

포구 앞 인생포차의 상차림. 바지락탕·바지락전·돌게장·우럭매운탕·꼴뚜기젓·소라무침·부세조기구이 등이 깔렸다. 모두 신시도에서 난 갯것으로 만든 음식이다. 백종현 기자

밥때는 갯벌 체험을 마친 사람에게도 찾아 왔다. 민박 문화가 뿌리 깊어서일까, 포구 앞에 변변한 식당 하나 없는 건 의아했다. 마을에 민박 12곳이 있는데 영업 방식이 하나같았다. 방값에 세끼 식대, 선상 낚시 체험비를 묶어 패키지로 파는 것이다. 식당은 없지만, 아침부터 문을 여는 포장마차가 셋 있다. 겉은 허름해 보여도 저마다 실속이 대단하다. 포구 앞 ‘인생포차’에 들러 우럭매운탕(2만원)에 바지락전(1만원)을 시켰다. 바지락탕‧부세조기구이‧돌게장‧꼴뚜기젓‧꼬시래기무침‧피조개조림 등 신시도에서 난 온갖 갯것이 상 위에 깔렸다. 갯벌 체험 후의 점심은 꿀맛이었다.

신시도는 어촌이지만 산행객도 간혹 보였다. 월영봉(198m)·대각산(187m) 등 동산 수준의 야트막한 봉우리밖에 없지만, 전망은 서해안 최고다. 마을 초입의 앞산(122m)에 올라 그 말을 실감했다. 산행 20분 만에 고군산군도의 정수리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신시도가 고군산군도의 관문이란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앞산을 내려와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신시도에서 무녀도로, 무녀도에서 다시 선유도로. 바다를 끼고 한참 페달을 밟았다. 갯내 어린 바닷바람이 그저 시원했다.

전북 군산 신시도 어촌체험마을.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선유도까지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전북 군산 신시도 어촌체험마을.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선유도까지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여행정보

군산 신시도 어촌체험마을은 서울시청 기준 자동차로 약 3시간 30분 거리다. 새만금 초입의 비응항에서 신시도와 선유도를 경유하는 2층짜리 시내버스가 오간다. 신시도 바지락 캐기 체험은 물때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므로 먼저 문의하고 가는 게 안전하다. 자전거 대여료는 3시간 5000원, 하루 1만원이다.

 군산=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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