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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남아파트,30대 5명 '영끌’할 때 1명은 증여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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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가 절세 목적 등으로 증여한 주택이 30대에게 가장 많이 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뉴스1]

다주택자가 절세 목적 등으로 증여한 주택이 30대에게 가장 많이 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뉴스1]

서울 3주택자인 60대 김 모 씨. 최근 사는 집을 제외한 두 채를 30대 자녀들에게 증여할 계획으로 세무사 상담을 받았다. 정부의 잇따른 보유세 강화 등으로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서다. 집값이 많이 올라 자녀가 자력으로 집을 사기가 힘들기도 하다. 김씨가 집을 팔아 현금으로 자녀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더라도 양도세를 빼고 나면 집값보다 훨씬 적은 돈만 남는다. 김씨는 “세제 강화와 집값 급등으로 70대 이후나 생각했던 증여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법원 등기 서울 증여 현황 분석 #증여받은 연령 30대가 40대 제치고 1위 #수증인 30대 10명 중 4명은 강남3구

집을 무상으로 넘겨주는 증여의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증여하는 증여인과 증여받는 수증인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증여인 70대 이상, 수증인 40대'라는 오랜 추세가 올해 들어 바뀌면서, '60대·30대' 비중이 더 커졌다. 정확한 관계를 확인할 순 없지만, 대체로 부모·자녀일 가능성이 크다.

30대 수증인 셋 중 하나가 강남 

16일 법원등기 현황에 따르면 1~6월 서울 집합건물을 증여받은 사람(수증인) 9822명 중 30대가 4명 중 한명인 2573명(26.2%)이었다. 40대 2318명(23.6%), 50대(16.8%) 등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 지난해까지는 40대가 1위였다. 집합건물은 아파트처럼 여러 가구로 이뤄진 건물로 집합건물 증여의 대부분이 아파트다.

증여인의 연령은 올해 60대가 33.8%로 70대 이상(31.4%)을 제쳤다. 지난해까진 70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강남에 증여받은 30대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증여받은 사람이 3252명(33.1%)으로 서울에서 증여받은 3명 중 한 명꼴이다. 이 중 30대가 가장 많은 1005명(30.9%)이다. 서울 전체 30대 수증인 10명 중 4명이다.

자료: 대법원

자료: 대법원

올해 1~6월 강남 3구에서 아파트를 매수한 30대가 4906명이다. 30대 5명이 강남 아파트를 살 때, 다른 30대 한명은 아파트를 증여받았다는 뜻이다. 서울 전체로는 30대 3만5348명이 집을 샀고 2573명이 증여받았다.

강남 아파트는 평균 가격만 10억원이 훨씬 넘어 30대가 매입 엄두를 내기 힘들다. 서울 전체로는 30대 매입자가 40대보다 많지만 강남에선 30대가 40대에 밀린다. 강남 3구에서 집합건물 매입자 30대가 26.8%이고 40대 29.2%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나머지 지역에선 30대 28%, 40대 26.7%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대가 온갖 대출을 동원해 ‘영혼을 끌어모아 산다’는 뜻의 ‘영끌 매수’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증여받은 30대의 증가는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 분산을 위해 증여를 서두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 보유세·양도세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자료: 대법인

자료: 대법인

가족 전체로 보면 증여가 세금에서 유리하다. 주택 수가 분산돼 각 주택에 적용되는 종부세 세율이 낮아지면서 보유세 총액이 준다. 나중에 팔 때 양도세 중과도 피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0대 증여 증가는 자산 대물림을 통한 사회 전체 부의 양극화뿐 아니라 같은 세대 내 양극화도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부증여로 취득세 인상 부담 줄여 

정부는 다주택자 증여를 제한하기 위해 증여 취득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4%를 취득세 최고 세율인 12%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2%는 초대형 고급주택과 정부가 지난 7·10대책에서 3주택 이상 취득에 적용키로 한 세율이다.

하지만 취득세 인상으로 증여에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를 함께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를 통하면 취득세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채무) 6억원이 있는 시가 10억원(공시가격 7억원) 아파트를 증여하는 경우 그냥 증여(단순증여)하면 취득세가 8400만원이고 부담부증여엔 1800만원이다. 부담부증여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채무 금액을 뺀 금액만 증여 취득세율을 적용하고 채무 금액은 일반 매매 세율(1~3%)로 계산한다.

정부는 증여세가 주택 가격 전체에, 양도세는 그 일부인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이어서 증여가 불리하다고 말한다. 3주택자가 시가 15억원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와 시세차익 5억원에 팔 때를 비교해 보자. 증여세와 증여 취득세(12%)를 합친 세금이 총 5억여원이다. 양도세(72%)가 3억여원으로 2억원가량 적다. 그런데 증여하면 세금을 뺀 10억원 정도 가치의 집이 자녀에게 남아있지만 양도땐 양도세를 제외한 2억원 가까이 현금만 들어온다. 자금 여유가 된다면 양도보다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자료: 김종필 세무사

자료: 김종필 세무사

김종필 세무사는 “세금 부담만이 아니라 자녀에게 집을 물려준다는 점 때문에 정부가 증여 취득세를 올리기 전에 증여하거나 그 이후에라도 양도보다 증여에 무게를 두고 상담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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