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숨 돌리니 홍수·메뚜기떼라니. 거기다 지진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근심이 깊다. 국가 재난 상황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상반기 들끓었던 코로나19는 진정세다. 하지만 이젠 수마(水魔)가 대륙을 할퀴고 있다. 여기에 메뚜기 떼와 지진까지 등장했다.
중국에 폭우가 내린 것은 지난달 초부터다. 한 달이 넘었다. 정말 끊임없이 쏟아진다. 장강(長江)이라 불리는 양쯔강 유역 인근에 주로 내린다. 이 일대 6월 1일∼7월 9일 평균 강수량은 369.9㎜로 대홍수가 있었던 1998년 같은 기간보다 54.8㎜ 많다. 61년 이후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이번 비는 98년보다 내린 기간도 길고 영향권도 더 넓다.
중국 CCTV 등에 따르면 중국 수리부(水利部·수력자원부)는 13일 “지난 6월부터 전국적으로 433개의 하천에서 경계수위를 넘는 홍수가 발생했다"며 "이 중 109개 하천의 수위는 통제 불능 수준이며, 33곳은 사상 최고 수위의 홍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홍수 피해는 주로 후베이성 이창(宜昌)의 삼협댐 동쪽 지역, 양쯔강 중하류 지역 지류와 호수에서 나고 있다. 둥팅호(洞庭湖·동정호, 후난성), 포양호(장시성) 차오호(안후이성) 훙쩌호(장수성) 타이호(장쑤성) 등 중국 5대 호수가 모두 해당된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상류에서 물이 밀려들어오니 배겨낼 재간이 없다.
」중국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물이 도로와 다리를 덮는 모습이 수시로 등장한다. 수력부는 “현재 후베이성 젠리현 이하 양쯔강 하류 유역, 둥팅호, 포양호, 타이후허 등의 수위가 초경계 상황까지 높아졌다”고 전했다.
장시성 북쪽 주장(九江)시에 위치한 포양호(장시성)는 실제로 범람 일촉즉발의 순간까지 가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 후베이성 우한시와 징저우시 등도 피해가 크다. 이곳 양쯔강과 인근에 위치한 창호(長湖)의 수위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삼협 댐 위쪽 지역으로 양쯔강 중상류 지역인 충칭직할시 구이저우 위난성도 수해 대응 등급을 3, 4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광시(廣西)성 룽수이(融水) 묘족(苗族)자치현에도 집중호우 피해가 크다.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중국 전역에서 14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피난민 수는 224만 6000명이나 된다. 전체 이재민 수는 3789만 명이다. 경제적 손실은 822억 위안(약 14조 원)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
양쯔강은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이다. 서쪽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원해 쓰촨(四川)성과 윈난(云南)성, 충칭(重慶)시, 구이저우(貴州, 지류 적수하)성, 후베이(湖北, 둥팅후 이북)성, 후난(湖南)성, 장시(江西)성, 안후이(安徽)성,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을 지나 상하이까지 흐른다. 사실상 중국 중부와 남부 지방을 다 지나간다고 보면 된다.
불어난 물은 양쯔강을 따라 중국 동부지역 대도시로 갈 것이다. 신화통신은 “양쯔강 중하류 지역이 수위가 곧 최고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14~16일엔 또다시 폭우가 양쯔강 중하류 일대에 예보되고 있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라오스발 메뚜기…이틀 연속 5.0 이상 지진
윈난성에선 메뚜기 떼 습격이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메뚜기 떼는 윈난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메뚜기 떼가 중국의 토종 메뚜기가 아닌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황색얼룩무늬 대나무 메뚜기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메뚜기 떼는 라오스 인근 국경도시 윈난성 푸얼시를 습격해 농경지를 파괴했다. 문제는 도시 곳곳에서 메뚜기떼의 알과 성충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메뚜기떼가 전역으로 퍼지지 않도록 드론까지 동원해 방역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지진까지 발생했다. 지난 12일 오전 허베이성 탕산시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탕산 지역은 지난 `1976년 대지진으로 약 24만 명이 숨진 지역이다. 다음 날인 13일 오전에도 신장(新疆) 지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또 발생했다. 이틀 연속 발생한 지진에 중국 당국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다.
잇따른 자연재해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다. 시진핑 주석도 그게 걱정이다. 미국의 경제제재와 반중 정서로 수출이 부진한 와중에 시 주석이 믿는 건 내수였다. 코로나19가 진정됨에 따라 침체했던 내수를 최대한 반등시켜 경제를 살리려 했다.
하지만 물난리와 메뚜기떼, 지진이 그의 계획을 망치고 있다.
그는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이 재난 방지 업무에 적극 참여하라”며 “각 지역과 부문이 홍수 방지 업무에 힘을 쏟으라”며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그 뒤의 말이 더 의미심장하다.
"(홍수) 이후의 조속한 생산 회복 계획도 세워야 한다."
」꺼져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시 주석의 절박함이 읽힌다. 그는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