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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강했다, 알츠하이머 남편 만나려 요양원 청소 알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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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리 다니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남편이 머무는 요양원 면회가 금지되자, 요양원에서 설거지 등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남편과 재회했다. [트위터 캡처]

마리 다니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남편이 머무는 요양원 면회가 금지되자, 요양원에서 설거지 등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남편과 재회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요양원에 격리된 남편을 만나기 위해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아내의 사연이 화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회가 전면 금지되자 궁리 끝에 요양원 취업을 택한 것이다.

코로나로 면회 막히자 아예 취업 #생이별 114일 만에 뜨거운 포옹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사연의 주인공은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마리 다니엘(57). 남편 스티브 다니엘(66)은 알츠하이머 증세로 지난해 여름 이후 요양원에 머물고 있었다. 마리는 매일 요양원에 들렀지만, 지난 3월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외부인의 요양원 방문이 금지되면서 긴 이별이 시작됐다.

다니엘 부부

다니엘 부부

그는 백방으로 남편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주지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현지 매체에도 사연을 알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잠깐 창문 밖에서 남편을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부인이 왜 창밖에 서 있는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은 눈물만 흘렸다.

마리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을 위한 해결책을 찾자며, 페이스북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수천 개의 사연이 올라왔고, 이는 남편이 머무는 요양원 책임자에게도 전달됐다.

요양원 책임자는 방역 지침을 어기지 않고 다니엘 부부가 재회할 방법을 찾은 끝에 마리에게 요양원의 청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일주일에 두 번 설거지와 바닥 청소 등 근무를 하며 남편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마리는 바로 승낙했다.

다른 지원자들과 같은 절차를 거쳐 요양원에 채용된 마리는 지난 3일 남편과 재회했다. 생이별한 지 114일 만이었다. 마리는 “남편과 오랜 시간 동안 포옹을 나눴다. 눈물이 쏟아졌다”며 “스티브는 말이 서툴지만, 그가 내 사랑을 느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며 말했다. 최근 플로리다주는 요양원 같은 ‘취약시설’의 면회금지 기간을 60일 더 연장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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