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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무죄'… 재판부 판결 이유 3

중앙일보

입력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15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자신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15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자신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아는 것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
고유정(37)이 15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의붓아들 살해와 관련해 한 말이다.

전 남편 살해는 유죄, 1심과 동일한 무기징역

재판부는 고유정에게 전남편 살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의붓아들 살해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무기징역. 1심과 동일하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의 항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5일 오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입구가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의 항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5일 오전 제주지법 201호 법정 입구가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3월 2일 충북 청주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A군(사망당시 5세)을 숨지게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했다고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두 번 모두 검찰의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이이런 판단을 내린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망 원인이다. 검찰은 전 세계적으로 4세 아동이 잠자는 성인의 다리에 눌려 사망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통계적 숫자"라며 이것이 살해의 직접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두 번째는 범행 동기다. 사망한 A군은 고유정의 현 남편 B씨의 친아들이다. 고유정은현 남편B씨와 유산 문제 등으로 다투기도 했지만, 평소 원만한 부부의 관계를 유지했다고 봤다.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부실한 증거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제시한 증거 중 고유정의 새벽 시간대 검색 기록에는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B씨 모발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도 사건 당일 고유정이 먹인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거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충분할 만큼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했다.

전 남편 수사 과정에서 이어진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모양새다.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의붓아들 사망 사건은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고 있다.

고유정의 현 남편이자 숨진 피해자의 친아버지인 B씨는 재판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고유정은 재판부 판결 내내 동요하는기색 없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고 이후엔 머리를 쓸어넘기며 법정 밖으로 나갔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는 재판부를 향해 "험악하고 거센 여론과 무자비한 언론 때문에 마음의 부담이 크겠지만 용기를 내달라"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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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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