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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떵떵대던 화웨이의 절박함…英에 "퇴출 다시 생각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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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레딩에 자리잡은 화웨이 영국법인. AFP=연합뉴스

영국 레딩에 자리잡은 화웨이 영국법인. AFP=연합뉴스

미국의 제재에도 떵떵거리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퇴출을 결정한 영국에는 정중하게 ‘다시 생각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지만, 유럽공략의 전초기지인 영국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엔 ‘너나 잘해라’ 영국엔 ‘다시 생각해달라’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발표한 퇴출방안은 연말부터 화웨이의 5G통신 장비 신규 구매를 금지하고 이미 들여온 장비들도 2027년까지 철거하는 내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화웨이는 즉각 반응을 내놓았다. 화웨이 영국법인의 에드워드 브루스터 대변인은 “영국의 모든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라면서 “영국의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고 통신비가 증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감스럽게도 영국에서 우리의 미래는 정치화됐다”면서 “이번 결정의 재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14일 영국 하원에서 화웨이 퇴출방안을 발표하는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AFP=연합뉴스

14일 영국 하원에서 화웨이 퇴출방안을 발표하는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 AFP=연합뉴스

강도 높은 비판보다는 재고를 촉구하는 ‘유감 표명’에 가까운 입장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화웨이의 입장과 대비된다. 화웨이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제재에 나선 미국에게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서 보듯이 미국은 오랫동안 다른 나라를 염탐하며 전 세계 통신망에 은밀하게 접속했다”면서 “다른 나라를 염탐한 건 우리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심어놓은 백도어(정보 유출 통로)를 이용해 세계 각국 이동통신망에 몰래 접근할 수 있다고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데 따른 반응이었다.

영국 놓치면 5G 패권도 잃게될까 우려  

화웨이가 영국에 큰소리를 치지 못하는 이유는 영국을 잃게되면 유럽을 잃고, 유럽을 잃으면 5G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패권도 잃게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미국이 강도높은 제재에 사실상 캐나다, 일본 등 미국의 우방국가 진출이 막힌 화웨이는 유럽을 버팀목으로 삼아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었다. 유럽공략의 핵심인 영국에 대해선 적잖은 투자를 진행하고 약속해오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20억 파운드(3조원)를 쏟아부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런던에 5G 혁신센터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케임브리지 인근에 4억 파운드(59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건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퇴출 결정에도 지속적으로 통신사들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영국 이동통신사들은 4G 통신에서 화웨이 장비를 다수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대 이동통신사인 BT는 통신장비의 3분의2가 화웨이 제품이다. 화웨이가 아닌 다른 회사의 5G 장비를 도입하려면 기존 장비까지 전면 교체해야 해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영국 정부가 화웨이 퇴출을 결정하면서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둔 배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화웨이 퇴출 결정으로 영국 5G 네트워크는 3년 지연되고 20억 파운드(3조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쉽지 않겠지만 화웨이는 통신사를 앞세워 영국 정부에 대한 지속적인 건의와 요청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 대체자, 에릭손ㆍ노키아ㆍ삼성

화웨이의 빈자리는 유럽의 통신장비기업인 에릭슨과 노키아가 우선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에게도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14일 하원에 출석해 화웨이 퇴출 결정을 발표하면서 “화웨이를 대체하기 위해 우선 스웨덴 에릭슨과 핀란드 노키아가 보호될 필요가 있다”며 “삼성과 NEC 등 다른 새로운 공급업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G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5.7%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에릭슨(24.8%), 노키아(15.8%)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3.2%의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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