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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의붓아들 여행가방 사망사건' 계모 "살인 고의성 없었다" 주장

중앙일보

입력

15일 열린 ‘의붓아들 여행가방 사망사건’ 첫 공판에서는 피고인인 계모의 범행 고의성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달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을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10일 경찰이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계모(원안)을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50분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42·여)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숨진 의붓아들 B군(9)에 대한 계모 A씨의 범행에 고의성, 살인 의도가 있는지 여부였다.

15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첫 공판 진행 #검찰, 살인·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변호인 "가방에 올라가 뛰었지만 강도 약해" #변호사회·시민단체 "아동학대" 추가로 고발

A씨는 지난달 1일 낮 12시 20분쯤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B군을 여행가방에 13시간가량 감금, B군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기소됐다. 애초 경찰은 A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범행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살인죄’를 적용, A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수시로 훈육 수준을 넘어 학대했고 왜소한 체격의 피해자는 과도한 체벌과 학대를 무방비 상태로 감내했다”며 “(피고인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책감도 없었다“고 공소 사실을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양육지 변동으로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친부와 피고인에게 허위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불신하고 자신에게 반항한다고 생각해 수시로 학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 301호 법정 앞에 '의붓아들 여행가방 감금 사망사건' 공판을 알리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15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 301호 법정 앞에 '의붓아들 여행가방 감금 사망사건' 공판을 알리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검찰에 따르면 계모 A씨는 지난해 초부터 피해자의 친부 C씨(42)와 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숨진 B군의 동생도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생은 친모에게 보내졌다고 한다. 동생이 친모에게 보내진 뒤 B군에 대한 A씨의 학대와 체벌 강도가 세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A씨 변호인 측은 “아동학대와 특수상해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A씨가 B군을 여행가방에 감금한 뒤 올라가 뛰었지만 강도가 세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여행가방 안으로 불어 넣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가방) 밖으로 나온 B군의 팔에 바람을 쐰 것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서는 A씨의 친자녀 2명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검찰은 “사건 발생 당시 A씨 친자녀 2명이 현장에 있던 데다 A씨가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아직 어리고 심리적 충격이 크기 때문에 (법정 출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친자녀 2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결과(영상녹화물·조서)를 검토한 뒤 출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0여분 간 진행된 첫 공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서는 숨진 B군 친인척으로 보이는 여성이 A씨를 향해 욕설을 했다. 일부 방청객들은 법정을 빠져나가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19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경남여성변호사회 손명숙 회장(오른쪽)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가 15일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며 게모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남여성변호사회 손명숙 회장(오른쪽)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가 15일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며 게모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한편 경남여성변호사회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B군 동생을 학대·폭행했다며 15일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학대) 혐의로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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