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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병원행..."열과 오한"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 대법원의 최고령 대법관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가 감염병 의심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14일 CNN(현지시간)에 따르면 대법원 측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발열과 오한 등을 보여 입원했다"며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고, 병원에 며칠 더 입원해 항생제 치료 등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20여년 이상 미국 연방 대법원을 지키고 있는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그는 지난 14일 열과 오한으로 존스홉킨스 병원에 입원했다. [로이터]

20여년 이상 미국 연방 대법원을 지키고 있는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그는 지난 14일 열과 오한으로 존스홉킨스 병원에 입원했다. [로이터]

긴즈버그 대법관은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입원 중 지난해 8월 췌장에 생긴 종양 치료를 위해 삽입한 스텐트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A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고령의 그는 그간 수차례 병원 신세를 지었지만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담낭염으로 하루 동안 입원했는데 입원 중에도 전화로 이뤄진 변론에 참여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간 4차례나 암 치료를 받았다. 1999년 결장암, 2009년과 2019년 췌장암, 2018년에는 폐암으로 각각 치료를 받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99세로 타계한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 대법관처럼 대법원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바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번 각종 암을 이겨내온 그의 건강 관리법도 화제가 됐다. 주 2회 하루 1시간씩 20년간 꾸준히 홈 트레이닝을 해온 긴즈버그의 운동법을 다룬 책도 출간됐다.

긴즈버그의 건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 법관을 지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진보 성향인 그의 직무 수행이 어려워지면 현재 보수 성향 5명, 진보 성향 4명인 연방 대법원의 구성이  6대 3이 돼 한층 더 오른쪽으로 기울게 된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017년 닐 고서치, 2018년 브렛 캐버노 등 두 차례 보수 인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해 보수 우위 대법원을 만들었다.

건강관리를 위해 플랭크를 하고 있는 긴즈버그. [유튜브 캡쳐]

건강관리를 위해 플랭크를 하고 있는 긴즈버그. [유튜브 캡쳐]

"대법관 전원 남성일 땐 아무도 안 놀라면서"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3년 대법관으로 임명한 이래 20년 이상 대법원을 지키고 있는 그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생물학적 의미가 강한 섹스(sex) 대신 사회적 의미의 젠더(gender)를 처음 판결문에 쓴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대법원에 여성이 몇 명 필요하냐는 물음에 9명(전원)이라고 답하면 모두가 놀란다. 하지만 전원이 남성일 때는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진보의 아이콘인 그는 미국 청년층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를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의 얼굴을 새긴 머그잔·티셔츠 등 상품도 인기를 누렸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했다. [중앙포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했다. [중앙포토]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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