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에 쓴소리를 내왔던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이야기에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즈음 몇몇 분들이 저와 서지현 검사를 목 놓아 부른 것과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인다”며 말문을 열었다.
미투운동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서지현 검사는 지난 13일 박 시장과 관련해 의견표출을 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면서 SNS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검사게시판에 글 쓴 것이 징계사유 중 하나였고, 내부망과 페북에 글 쓰면 징계하겠다는 검사장 경고에 한참을 시달렸다”며 “글 쓸 때마다 징계 회부할 꼬투리가 있는지 재삼재사 확인했고,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징계한다면 소송에서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지도 미리 생각해놓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 직과 제 말의 무게를 알고 얼마나 공격받을지는 경험으로 더욱 잘 알기에, 아는 만큼 최소한으로 말하려 하고, 살얼음판 걷듯 수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처한 자리와 입장에 따라, 각종 사건에 맞춤형 멘트를 원하는 분들이 참 많다”면서 “애처로운 SOS도 적지 않고, 함정에 걸려들길 바라는 악의적 시선도 없지 않다”고 부연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사직과 제 말의 무게가 버거운 저로서는 앞으로도 아는 만큼만 말할 생각이다”며 “검찰 내부 일만으로도 능력이 벅차 검찰 밖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깊이 공부하여 벗들과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니, 혹여 세상만사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기대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미리 양해 구한다”고 했다. 검찰 밖의 일인 박 전 시장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끝으로 임 부장검사는 “또 미투 이야기를 접한 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피소된 분 중 울산시민이 있다면 제가 사건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말을 더욱 아끼고 있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