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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검사 “내가 박원순에 침묵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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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검찰 고위직에 쓴소리를 내왔던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이야기에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즈음 몇몇 분들이 저와 서지현 검사를 목 놓아 부른 것과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인다”며 말문을 열었다.

미투운동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서지현 검사는 지난 13일 박 시장과 관련해 의견표출을 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면서 SNS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를 냈으니 책임지라 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검사게시판에 글 쓴 것이 징계사유 중 하나였고, 내부망과 페북에 글 쓰면 징계하겠다는 검사장 경고에 한참을 시달렸다”며 “글 쓸 때마다 징계 회부할 꼬투리가 있는지 재삼재사 확인했고,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징계한다면 소송에서 어떻게 공격하고 방어할지도 미리 생각해놓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 직과 제 말의 무게를 알고 얼마나 공격받을지는 경험으로 더욱 잘 알기에, 아는 만큼 최소한으로 말하려 하고, 살얼음판 걷듯 수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처한 자리와 입장에 따라, 각종 사건에 맞춤형 멘트를 원하는 분들이 참 많다”면서 “애처로운 SOS도 적지 않고, 함정에 걸려들길 바라는 악의적 시선도 없지 않다”고 부연했다.

사진 SNS 캡처

사진 SNS 캡처

임 부장검사는 “검사직과 제 말의 무게가 버거운 저로서는 앞으로도 아는 만큼만 말할 생각이다”며 “검찰 내부 일만으로도 능력이 벅차 검찰 밖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깊이 공부하여 벗들과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니, 혹여 세상만사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기대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미리 양해 구한다”고 했다. 검찰 밖의 일인 박 전 시장 관련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끝으로 임 부장검사는 “또 미투 이야기를 접한 후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피소된 분 중 울산시민이 있다면 제가 사건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말을 더욱 아끼고 있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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