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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타고왔어요' 세계 최초 실내외 자율주행 배민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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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AI 스피커에게 말한다. “내가 허리가 아픈데 파스 좀 사줄 수 있을까.” AI 스피커의 주문을 받은 약사는 주변의 배달 로봇을 호출한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보다 조금 더 큰 로봇이 약국에 도착한다. 파스를 실은 뒤 횡단보도를 건너 엘리베이터를 타고 할머니를 만난다.

실외 주행에 엘리베이터 타는 딜리Z #"아파트 환경에 최적화된 배달로봇" #23일 폴인 퓨처포럼에서 최초 공개

2018년 6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당시 대표)이 창립 8주년 기념식에서 소개한 영상 속 시나리오다. ‘배달의민족이 꿈꾸는 가까운 미래 배달로봇 라이프’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 김 의장은 2022년에는 이런 미래가 올 거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 전망은 2년 앞당겨 실현되게 됐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는 14일 지식플랫폼 폴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로봇 ‘딜리Z(개발명)’의 개발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건국대 서울 캠퍼스를 누비던 실외 전용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와 5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한 실내용 로봇 ‘딜리타워’에 이은 3세대 배달로봇이다.

‘세계 최초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배달로봇’이라 불리는 딜리Z는 기존에 소개된 딜리들과 무엇이 다를까. 배민은 딜리Z를 통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7월 23일 지식플랫폼 폴인의 〈퓨처포럼 : 모빌리티의 혁신가들,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하다〉에서 처음으로 딜리Z를 공개하는 김요섭 이사를 14일 만났다. 김 이사는 2018년부터 배민의 로봇 사업을 이끌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배달로봇이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을 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인가요.  
“세계에서 처음입니다. 배달로봇의 보급과 활용이 가장 앞서 있는 미국에서도 배달로봇은 실외만 주행했어요. 단독주택 기반의 미국 시장에서는 로봇이 문 앞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죠. 저희가 5월에 소개한 딜리타워는 반대로 실내 전용 로봇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수 있어 고층 빌딩을 누비지만, 실외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긴 어려워요. 딜리Z는 실외 주행에 적합한 ‘딜리드라이브’에 현관문ㆍ엘리베이터와 교신해가며 고층 빌딩을 누빌 수 있는 ‘딜리타워’의 장점을 얹은 모델입니다. 아파트 비중이 60% 이상인 한국 환경에 적합한 로봇입니다.”
실외의 다양한 환경이라면요.  
“저희가 지난해 말에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딜리드라이브를 시범 주행했잖아요. 그때 많은 걸 발견하고 깨달았습니다. 일단 실외 환경은 변수가 너무 많아요. 보행자, 강아지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요즘은 킥보드도 많이 타잖아요. 로봇이 이런 장애물을 다 피하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강아지가 적당히 크면 나은데 너무 작으면 인식이 더 어렵죠. 아이들이 로봇이 신기해서 다가오고 만지는 일도 종종 일어나구요.”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 이사

어떻게 대응하나요.
“이 고민을 반영해서 우선 딜리Z의 외관에 푹신한 소재를 적용했어요. 아이들이 일부러 달려와서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요. 그리고 로봇이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위협감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다니기 위해 최고 시속을 6~7㎞ 정도로 제한합니다.”
실내외를 다니는 로봇이 개발됐다는 건, 해외 시장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배달로봇은 미국의 기술이 가장 앞서있어요. 로봇 기업인 스타십테크놀로지는 이미 2014년부터 배달로봇 사업을 시작했어요. 기술력으로 최고입니다. 지난해 1월에 배달로봇 ‘스카우트’를 내놓은 아마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민은 배달로봇을 만드는 기술보다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배달로봇이 실제로 서비스될 때 어떤 장애물을 만나는가, 그걸 어떻게 제거해줘서 실제 고객의 생활에 가치를 주는가. 그게 저희가 집중하는 부분이고, 지금 스타십테크놀로지나 아마존이 오더라도 한국 환경에 딜리Z만큼 최적화된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서비스로서의 배달로봇은 무슨 말일까요.  
“제가 2018년에 로봇 사업을 맡게 됐을 때 김봉진 의장이 제게 당부하신 말씀입니다. ‘로봇을 개발하지 말고 서비스를 개발해라.’ 저는 이게 이런 말이라고 이해합니다. 저희는 자체 기술이 아니라 5곳의 한ㆍ중 중소기술업체들과 협력해 로봇을 개발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해요. 이분들이 보통 어떤 음식을 어떤 때에, 어떤 분량으로 가장 많이 시키는지 알아요. 그 음식들이 어떤 동선을 거쳐 배달되는지도 이해하죠. 그 동선을 따라가보다보면 ‘아, 여기서 방화벽 턱을 넘어야 하는구나’‘이 엘리베이터 앞은 좁으니 제자리 회전을 해서 나와야 하는구나’가 보여요. 로봇에 어떤 기능이 탑재돼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거죠. 기술 업체들은 로봇이 턱을 넘고 제자리 회전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적용할 수 있었지만, 그걸 알지 못했어요. 왜냐면 고객이 로봇을 실제로 쓰는 상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게 저희가 기술업체와 다르게 갖고 있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로봇이 다닐 길을 따라가다보면 엄청난 다양한 난관들을 발견하실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는 라이다(Lidarㆍ빛의 파장을 활용해 주변 사물을 인지하는 탐지 장치)나 자율주행보다도 엘리베이터와 로봇의 교신, 아파트마다 설치된 방화벽의 높이 같은 것을 더 신경씁니다. 아무리 자율주행 기술이 좋아도 실제 환경에서 넘어야 할 제약을 돌파하지 못하면 배달로봇 서비스는 불가능하거든요. 문제가 생기면 건설회사, 엘리베이터 회사들을 직접 만나 풀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무선 교신으로 혼자 부르고 타는 로봇은 그래서 나왔구요.”
배달의민족의 1세대 로봇 딜리드라이브, 2세대 로봇 딜리타워에 이은 3세대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Z'가 7월 23일 공개된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의 1세대 로봇 딜리드라이브, 2세대 로봇 딜리타워에 이은 3세대 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Z'가 7월 23일 공개된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20여년 관록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데 실제로 푸는 문제가 너무 자잘하고 다양하군요.  
“신사업이 그렇죠. 모든 일이 처음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에요. 다양한 파트너들을 찾아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구요. 힘든 건 제가 풀려고 하는 문제가 막히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거에요. 지금은 일할 때 ‘이게 안 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해 B안까지 항상 같이 마련해놓고 있어요. 남들이 하나 일할 때 우리는 서너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그게 가장 어렵죠.”
힘든 순간을 어떻게 견디시나요.  
“2018년 창립 8주년 기념식에서 배달로봇 비전 영상을 틀었는데요, 저는 그 영상 속의 이야기가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육아가 힘든 분들을 도와드리는 배달로봇,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해서 잔심부름을 하는 배달로봇. 그런 배달로봇이 확산되면 우리 생활이 바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요즘은 기술와 일자리 논란이 심한데. 배달로봇이 확산하면 택배 기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까요.  
“저희 배달로봇은 라스트마일에 적합합니다. 대부분의 배송에서 택배 기사나 음식 배달원이 필요할 거에요.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택배 트럭이 주행하는 걸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죠. 그리고 여성 분들 중에는 배달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게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아파트나 오피스텔 정문에서 딜리에게 물건을 전달하면 딜리가 그걸 싣고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과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는 거죠.”
2019년 11월에 실외용 로봇을 소개하고, 2020년 5월에 엘리베이터 타는 로봇을 소개했는데 7월에 또 실내외 통합 로봇을 소개하다니. 속도감이 엄청나요.  
“배달로봇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열리는 것 같아요. 지난해 11월에 보급하기 시작한 서빙 로봇을 저희가 지금 90대 실제 매장에 깔았거든요. 그런데 벌써 많은 업체들이 서빙 로봇 확산을 준비하고 있어요. 속도를 내지 않을 수가 없어요.”
김봉진 의장이 높은 목표를 주문하는 걸로 유명하던데요.  
“크게 움직이고 크게 생각하라는 주문을 늘 받습니다. (웃음) 올 연말까지 서빙로봇을 100대 깔까 하고 목표를 잡았는데 300대를 깔려면 뭘 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더라구요. 이 회사가 제겐 7번째 회사인데 생각하는 법이 다르다고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리소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고민하지 않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목표를 잡고 나서 그걸 달성하려면 어떤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회사에요. 그만큼 일하는 속도가 빠르죠.”
딜리Z가 확산되면 어떤 시장이 열리나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식 배달을 포함해 커머스 시장의 라스트마일(last mileㆍ집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짧은 거리) 물류까지 딜리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겠죠. 유통 기업들은 택배 효율이 늘 고민인데, 라스트마일을 로봇이 맡아주면 한명의 택배원이 훨씬 더 많은 물량을 나를 수 있겠죠. 아까 소개한 것처럼 동네 잔심부름은 혼자 다닐 수 있게 되니 실생활도 많이 달라질 거에요.”
많은 지역에 배달로봇이 본격 도입되는 건 언제 가능해질까요.  
한국 아파트 단지가 1만6000개인데, 배달로봇이 모두 다니는 건 어려워요. 로봇과 교신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관건인데 보통 10년 이내의 신축 아파트는 가능합니다. 이걸 따지면 배달로봇 도입이 가능한 단지 수가 4000개 정도 됩니다. 가장 먼저 타겟으로 하는 건 서울의 10개동 이상 단지를 보유한 141개 아파트 단지구요, 여기에 5년 안에 배달로봇이 자유롭게 다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로봇의 도입이 빨라질까요.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요. 시장이 더 빨리 열릴 거라 보고, 저희도 건설회사 같은 기술 제휴처를 찾기가 매우 수월해졌습니다. 먼저 연락이 많이 오거든요.”

배달의민족은 ‘딜리Z’를 7월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리는 〈퓨처포럼 : 모빌리티의 혁신가들, 포스트코로나를 상상하다〉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행사는 폴인 웹페이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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