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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골든코어 대표 "옵티머스 김대표 '왕회장 돈' 40억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혁진(53)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인물로 정모(57) 씨를 지목했다. 동부증권 부사장을 지낸 정씨는 옵티머스운용 관계사에 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성지건설에 2017년 사내이사로 등재된 적이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옵티머스운용 관계사(트러스트올)의 자회사인 골든코어 대표이사를 맡았다.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서울 모처에서 정씨를 만났다. 그는 “옵티머스운용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며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답했다.

성지건설에 사내이사로 등재된 적이 있다.
“2017년 5월 이혁진 전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대체투자부문 부회장직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 이혁진 옆에서 인사를 나눴던 유○○(골든코어 초대 이사)가 한참 뒤 전화해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더라. 성지건설 대주주 박△△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나더러 성지건설에 출근해 돈이 딴 데로 새지 않는지 감시만 해달라는 거였다. 회사 법인인감을 내게 맡길 것과 일일 단위로 자금업무보고를 받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내걸고 일을 맡았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연합뉴스]

옵티머스 자산운용[연합뉴스]

2017년 10월 취임해 2018년 2월 사임했다. 왜 금방 관뒀나.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법인인감도 안 주고 자금업무보고도 안 하더라. 8~9일쯤 지켜보다 유○○에 문제제기했다. 유○○이 ‘박△△이 통제가 안 된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날부로 출근을 안 했다. 동시에 등기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는데 유○○ 쪽에서 ‘회사 사정 때문에 얼마간만 더 등기를 유지해달라’고 부탁해 그렇게 하라고 했다.”
지금은 골든코어 대표이사다. 여기엔 어떻게 발 들였나.
“2018년 초 유○○이 찾아왔다. 유○○이 넌지시 ‘최근 물류센터 건설 사업장(봉현물류센터)을 인수했는데 고문을 맡아달라’고 제안하더라. 펄쩍 뛰면서 ‘이혁진이나 박△△ 관련된 거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그런 건 절대로 아니랬다. 물류센터 인허가 동안 각종 용역을 체결해야 하는데 용역 관리만 좀 도와달라고 했다. 당시 딱히 하는 일도 없고 해서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봉현물류단지 사업부지 및 개요. 봉현물류단지 사업설명자료

봉현물류단지 사업부지 및 개요. 봉현물류단지 사업설명자료

고문으로 들어가 뭘 했나?
“와서 보니 용역 일이 엉망이더라. 환경영향평가·교통영향평가·안전성검토·산지복구 등 관련된 용역을 직접 관리해 국토교통부의 실수요검증을 받아냈다. 그게 2018년 9월 30일이다. 어려운 실수요검증을 받아냈는데 정작 유○○은 떨떠름해하고 미적미적한 태도를 보였다. 의아했지만 그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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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터졌다. 한달 뒤인 2018년 10월말 유○○이 갑자기 잠적을 해 행방불명됐다. 한달쯤 지나 김□□(옵티머스운용 대표, 구속 중)에 전화해왔다. 본인이 유○○과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있는데 유○○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서 난리가 났다는 거다. 유○○과 연락이 닿으면 알려달라고 하니까 본인도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하고 관계는 그게 전부인가
“2019년 1월쯤 김□□을 정식으로 만났다. 당시 김□□은 유○○이 수백억원을 빌려갔다가 펑크를 냈는데, 잘 아는 투자자들이 대신 돈을 메꿔주고 그 대가로 유○○ 사업장을 몰취했다고 했다. 봉현물류센터 사업장도 몰수했냐고 물으니 100% 몰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러스트올 얘기를 꺼냈다. 부실채권을 인수해주는 트러스트올을 통해 봉현물류센터 사업장 지분을 가져왔는데 평가하니 자산가치가 없어보인다는 거다. 여러 사람을 만나봤는데 다 사기꾼 같다면서 나보고 이 사업을 맡아달라 했다.”
맡겠다고 했나
“처음엔 못 맡겠다고 했다. 이런저런 권리관계로 시끄러운 것 같던데 수습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보다 사업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며 하는 데까지 해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해주면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 그래서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대신 경영권을 침해받지 않을 만큼 지분을 달라고 했다. 기껏 인허가 다 받아놨는데 나를 내팽개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게 지분을 주고 정상화를 맡기든지 아니면 당신들이 알아서 하던지 선택하라고 했다. 국내 5대 메이저급 로펌과 법률검토도 진행했다. 그렇게 김□□ 측과 지분 50% 양수도 계약을 맺은 게 2019년 2~3월이다. 4월 22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나
“그동안 월급 1원 안 받고 인허가에 전력을 다했다. 살던 집을 담보로 내놓고 4억원을 차입해 사업장에 잡혀있던 140억원대 부채 이자 상환에 썼다. 그런 상황을 김□□이 보더니 ‘도와드릴 것 없냐’고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인허가·설계 비용으로 40억원이 필요한데 투자받게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트러스트올이 40억원을 차입해줬다. 김□□에게 어디서 나온 돈인지 물어보니까 왕 회장 돈이라고 하더라. 왕 회장이 누군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다.”
봉현물류센터 사업 관련 경기도청 공고문. 경기도청

봉현물류센터 사업 관련 경기도청 공고문. 경기도청

요새도 같은 일을 하고 있나
“대표이사로서 관계기관에 직접 발로 뛰고, 동네 주민 민원을 처리하며 일하고 있다. 사업 진도를 100이라고 치면 인허가가 70, 토목공사와 건축공사가 각각 15이다. 지금은 인허가의 8.5부 능선을 통과하고 있다. 침착하게 해오고 있는 만큼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운용의 관계사인 것 같던데, 이 사업이 잘되면 트러스트올이 가진 골든코어 지분 50%의 가치가 올라간다. 앞으로 트러스트올의 채권자가 될 수 옵티머스 투자 피해자들에게 좋은 일이다. 옵티머스펀드가 잃어버린 금액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회수될 수 있을 것이다. 트러스트올이 보유한 골든코어 지분이 투자자 또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게 추징돼가길 원한다. 투자 피해금 회수에 간접적으로나마 도움 주고 싶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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