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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세계랭킹 1위를 꿈꾸던 소년기사 신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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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신진서

권혁재의 사람사진 /신진서

현재 바둑 세계랭킹 1위가 신진서 9단이다.
세계 1위이니 국내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달 23일 쏘팔 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에서도 우승했다.
이 대국을 두고 중국에서 그를 ‘신공지능(申工智能)’라고도 칭했다.

2013년, 우리 나이로 열네 살인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2012년 입단하여 국내 프로기사 중 최연소였다.
인터뷰하러 가며 바둑전문기자에게 질문했다.
“잘 안 알려진 열네살 어린 친구를 어쩐 일로 인터뷰합니까?”
“무지무지하게 바둑 잘 두는 꼬마예요.
앞으로 한국 바둑을 책임질 엄청난 재목이죠.”

당시 한국 바둑은 중국에 밀리고 있었다.
앞으로의 바둑은 중국 세상이라고 할 정도였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허장회 9단은 신진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진서의 진정한 장점은 고정되지 않은 겁니다. 상상력이 놀라워요. 그게 진서의 비범성입니다. 지금도 강하지만 어떻게 변할지 모르죠." /2013.01.29

인터뷰를 지켜보던 허장회 9단은 신진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진서의 진정한 장점은 고정되지 않은 겁니다. 상상력이 놀라워요. 그게 진서의 비범성입니다. 지금도 강하지만 어떻게 변할지 모르죠." /2013.01.29

“이 친구는 스승 없이 독학으로 경지에 올랐다고 하네요.
부산에서 자라며 인터넷 바둑으로 실전을 익혔고,
4학년 때부터 전국 어린이 대회를 휩쓸었어요.
‘괴초식’이란 이름이 붙을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수를 잘 둡니다.”

만나 보니 ‘괴초식’을 잘 두는 소년은 과묵했다.
질문엔 거의 ‘예, 아니요’ 단답형이었다.
당시 세상을 휘젓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알 뿐 신경 안 쓴다고 했다.
복기하고 사활 문제도 풀고, 인터넷 바둑 두는 게 다라고 했다.
주변의 공기처럼, 옷처럼 바둑은 그렇게 그의 생활이었다.

또래 밀레니엄둥이 프로기사, 박종훈 박진영 김명도와 함께 사진 찍었다. 이날 그는 '세계랭킹 1위'가 꿈이라고 말했다. /2015.03.03

또래 밀레니엄둥이 프로기사, 박종훈 박진영 김명도와 함께 사진 찍었다. 이날 그는 '세계랭킹 1위'가 꿈이라고 말했다. /2015.03.03

2015년 그를 두 번째 만났다. 어느새 3단이었다.
두 해가 지났건만 여전히 “인터넷 바둑이 제일 좋다”고 했다.
바둑 안에서만 살던 소년이 그날 조심스레 꿈을 말했다.
“꿈은 세계 랭킹 1위입니다.”
현재 그의 꿈은 이루어졌고, 오늘도 진행 중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