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도입이 오히려 빈곤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 토론 #“전국민 세금 분담의식 우선돼야” #발표자 다수가 “도입 시기상조”
“현금 복지만 늘리면 실업률은 높아지고 성장률은 낮아진다.”(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소득, 가능한 선택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이 효과와 재정 측면에서 아직 위험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옥 교수는 “그리스·이탈리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 정도에서 각종 복지급여를 저소득층보다 부유한 가계가 더 많이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일해서 번 돈(세금 제외)보다 복지급여의 액수가 크면 실직·빈곤 상태를 이어 가려고 하는 ‘실업의 함정’, ‘빈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한 액수의 돈을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오히려 빈곤율과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경제 성장률은 낮출 수 있다는 게 옥 교수의 주장이다. 안 교수는 “독일·스웨덴 사례처럼 현금 지원보다 사회 서비스에 많이 쓴 나라에서 부의 재분배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기본소득 제도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필요한 돈을 누가, 얼마만큼 낼 것이냐는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쟁점이다. 한국 국민 약 5000만 명에게 매달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180조원이 필요하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 중 10조원은 기존 복지사업을 없애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다. 나머지 170조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걷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 18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의식이 우선해야 한다”며 “부유한 소수가 보유세 몇 %를 더 부담한다는 식으로는 풀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나왔다. 이원재 랩(LAB)2050 대표는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한국에선 독일·스웨덴 같은 복지 모델을 경험하지 못한 채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과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독일·스웨덴식 사회적 타협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기본소득 도입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