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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 빈곤·실업률만 끌어올려…180조 넘는 재원 조달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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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본소득 도입이 오히려 빈곤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 토론 #“전국민 세금 분담의식 우선돼야” #발표자 다수가 “도입 시기상조”

“현금 복지만 늘리면 실업률은 높아지고 성장률은 낮아진다.”(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소득제 예상 소요 재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본소득제 예상 소요 재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본소득, 가능한 선택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도입이 효과와 재정 측면에서 아직 위험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옥 교수는 “그리스·이탈리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절반 정도에서 각종 복지급여를 저소득층보다 부유한 가계가 더 많이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일해서 번 돈(세금 제외)보다 복지급여의 액수가 크면 실직·빈곤 상태를 이어 가려고 하는 ‘실업의 함정’, ‘빈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한 액수의 돈을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오히려 빈곤율과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경제 성장률은 낮출 수 있다는 게 옥 교수의 주장이다. 안 교수는 “독일·스웨덴 사례처럼 현금 지원보다 사회 서비스에 많이 쓴 나라에서 부의 재분배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기본소득 제도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필요한 돈을 누가, 얼마만큼 낼 것이냐는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쟁점이다. 한국 국민 약 5000만 명에게 매달 3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연간 180조원이 필요하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 중 10조원은 기존 복지사업을 없애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다. 나머지 170조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걷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연 18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의식이 우선해야 한다”며 “부유한 소수가 보유세 몇 %를 더 부담한다는 식으로는 풀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나왔다. 이원재 랩(LAB)2050 대표는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한국에선 독일·스웨덴 같은 복지 모델을 경험하지 못한 채 일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과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독일·스웨덴식 사회적 타협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기본소득 도입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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