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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죽음 이율배반적…성평등 실천하다 스스로 무너뜨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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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 시장 생가에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뉴스1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일생을 "이율배반적"이라고 평가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의회는 14일 낸 보도자료에서 박 시장을 가리켜 "세상의 약자 편에서 일생을 산 사람의 마지막을 보면서 권력과 젠더 규범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마주한다"면서 "무엇보다 성평등한 가치를 앞세우고 사회적 불평등을 제거하는 활동을 실천해오던 그가 그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율배반적인 그의 죽음 앞에서 살아있는 우리는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협의회는 "먼저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려고 했는가"라며 "2018년 미투 이후 겨우 용기 내 피해를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을 막지는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이야기를 채 듣지도 않고 신상털기나 음모론, 가짜뉴스 등 2차 가해가 활개를 치는 사회가 되도록 방치하지는 않았는가"라며 "더욱이 피해자의 고통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모른 척 회피하지는 않았는가"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피해자가 회복하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사회 공동체들이 책임지고 협력했는가"라며 "피해자가 몸담고 있으면서 누누이 고충을 말할 때 모른 척 입 다물기를 강요했던 서울시는 직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힐 책임을 지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협의회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냉철하게 반성해야 하고 성인지적 인권 보장에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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