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나무 사진에서 동그라미의 울림 만들어내려면

중앙일보

입력 2020.07.14 13:30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25)

사진구도(4) 원형
안젤레스 에리언(Angeles Arrien)은  형상을 수집하고 조사하는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자신의 저서 ‘삶의 기호:다섯 가지 보편 형상과 그 사용법(Sign of Life:The Five Universal Shapes and How to Use Them, 1998)’에서 에리언 박사는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작품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다섯 가지의 형상을 찾아냈습니다. 원, 십자형, 나선, 삼각형, 사각형입니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즐겨 사용하는 형상으로 인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통하는 기호 같은 것입니다. 미술작품의 구도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사진1. Cosmos in Ice, 2018, 주기중/50mm, f11, 1/250, ISO 200.

사진1. Cosmos in Ice, 2018, 주기중/50mm, f11, 1/250, ISO 200.

사진1은 얼음판에 있는 기포입니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은 원형으로 돼 있습니다. 얼음 속 공기 방울이 마치 우주의 탄생을 보는 듯합니다.

그중 첫 번째가 원입니다. 원은 모든 형상의 시작입니다. 점 하나가 빅뱅을 일으켜 우주가 탄생했습니다. 해도, 달도, 별도 원형입니다. 원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원형인 알에서 태어납니다. 원은 근본이자 완성이며 전체입니다.

원은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품고, 감싸 안으며 밖에 있는 것을 내 보냅니다. 원은 독립된 세계지만 또한 통합을 의미합니다. 원에는 위계가 없습니다. 모두가 평등합니다. 원은 원불교를 비롯해 종교적이 상징물로도 쓰입니다. 원은 곡선입니다. 여성성을 상징합니다. 원형 구도는 포근하게 감싸는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사진2. 벚꽃, 2016, 이성희/ 50mm, f2.8, s1/125, ISO 100, 다중촬영.

사진2. 벚꽃, 2016, 이성희/ 50mm, f2.8, s1/125, ISO 100, 다중촬영.

사진2는 벚꽃나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것입니다. 원을 그리듯 360도 프레임을 바꿔가며 다중 노출로 찍었습니다. 동그란 벚꽃이 알의 형상을 만듭니다. 나무는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면 원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에는 원이 만들어내는 울림이 있습니다. 봄의 추상, 생명의 상징입니다.

사진3. 철쭉, 2017, 휴대폰 촬영.

사진3. 철쭉, 2017, 휴대폰 촬영.

사진3은 공원에서 찍은 철쭉입니다. 흰색과 어두운 배경의 노출 차이를 이용해 찍으니 철쭉꽃이 계란을 연상하게 합니다. 알의 형상입니다.

좋은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과 세계를 추상적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추상의 사전적인 의미는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해 파악하는 작용’을 말합니다. 어떤 대상을 볼 때 이를 점선면으로 단순화시키면 서로 닮은 형상이 연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진은 시적인 비유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그 의미가 더욱 풍성해집니다.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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