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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확진 43명, 110일 만에 최다…"11개국 무감염확인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된 1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외국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한 PCR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연합뉴스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유전자 증폭검사(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가 시행된 1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외국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방역강화 대상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한 PCR 음성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연합뉴스

7월 들어 해외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방역과 의료체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62명 중 해외 유입 확진자가 43명 나왔다. 국내 지역사회 확진자(19명) 수를 배 이상 압도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중 해외 유입이 국내 발생을 역전한 건 이달 들어 7·8·10·12일 이후 다섯 번째다.
또 지난 3월 25일(51명) 이후 110일 만에 가장 많았다.

이날 해외 확진자 43명 중 18명은 공항 및 항만 검역 과정에서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됐다. 나머지 25명은 입국 후 경기(8명), 충남(4명), 서울·인천(각 3명), 강원·경남(각 2명), 대구·광주·충북(각 1명) 등의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해외 입국자는 4월 13일 비자 심사가 강화되며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5월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특히 7월 들어 가팔라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는 지난 1주 간(7월3일~9일) 하루 평균 4583명이 입국했다. 이 중 내국인이 2780명이고, 외국인이 1803명이다. 내국인은 그 전주(2792명)와 비슷했지만, 외국인이 전주(1416명)에 비해 27% 늘었다.

해외입국자 및 확진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외입국자 및 확진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1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유입되는 해외 확진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확진자는 5월 전체 192명, 6월 323명에서 7월 들어선 이날까지 13일간 288명을 기록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가 12일 23만 명으로 기록을 갱신했다"며 "이런 전 세계적 유행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해외 유입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많은 국가가 봉쇄나 이동 제한을 풀고 방역 조치를 완화한 이후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도 환자 발생이 하루에 2만 명에서  6만 명까지 급증하고 있고, 유행이 다소 감소했던 일본, 독일, 홍콩 등에서도 확진자가 다시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 간 격리와 3일 이내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입국시 무증상이어서 검역을 통과하더라도, 2주 자가격리 동안 확진자가 걸러지기 때문에 국내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와 치료만으로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국내 코로나 방역과 의료체계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수도권과 광주·대전 등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해외 입국 환자들까지 늘어나면 병상이 부족해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5월 12일 경기 소재 임시생활시설인 마리나베이 호텔을 방문해 시설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이 5월 12일 경기 소재 임시생활시설인 마리나베이 호텔을 방문해 시설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입국자는 단기체류자는 공항에서 임시생활시설로, 장기체류자는 국내 거주지로 이동해 자가격리를 하고 입국시 유증상자는 중부권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해 치료를 받는다. 이밖에 인근 병원이나 거주지 주변 감염병 전담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정부는 아직은 해외 확진자 치료 관련 병상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격리 시설에선 부담이 큰 상황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외 입국자 격리와 관련 "행정적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지금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파견가고 있는데 일상적 업무를 축소한 상태에서 파견이 되고 있어 부담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입국자 격리 시설이 부족해 확충에 나섰다. 윤 반장은 "12일부터 서울지역의 임시생활시설을 신규로 열었다"며 "총 8곳 3022실의 임시행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8곳에 12일 기준으로 2471명이 격리돼 있다.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한 1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유럽행 비행기 출발 정보가 나타나 있다.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외국인 입국을 제한해 왔다. EU 회원국들은 이날 한국 등 14개국(알제리, 호주, 캐나다, 조지아, 일본, 몬테네그로, 모로코, 뉴질랜드, 르완다, 세르비아, 태국, 튀니지, 우루과이)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했다. 뉴스1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한 1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유럽행 비행기 출발 정보가 나타나 있다.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외국인 입국을 제한해 왔다. EU 회원국들은 이날 한국 등 14개국(알제리, 호주, 캐나다, 조지아, 일본, 몬테네그로, 모로코, 뉴질랜드, 르완다, 세르비아, 태국, 튀니지, 우루과이)에 대해 입국 제한을 해제했다. 뉴스1

정부는 해외 확진자 차단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방역 강화 대상 국가에서 오는 외국인의 경우 입국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토록 했다. 13일부터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4개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9일부터 방역 강화 국가의 정기 항공편 좌석점유율을 60% 이하로 운항토록 하고, 항만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도 2주간 의무 격리토록 했다.

윤 반장은 브리핑에서 방역 강화 국가로 4개국을 선정한 데 대해 "입국자 수 대비 확진자 수가 상당히 높은 국가를 지정했다"며 "미국이나 남미 등 국가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많은데 이들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이 확진되는 경우는 4개 국가에 비해 비교적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미 국가들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중대본 1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4개국 외에 (환자 발생) 추이를 보는 국가가 11개국 있다"며 "그 나라들도 입국자들 중에서 확진자가 많이 늘어날 경우 신속하게 추가적인 음성확인서 요구 국가로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가 많은 국가는 미국(약 320만 명), 브라질(약 180만 명), 인도(약 82만 명), 러시아(약 70만 명), 영국(약 28만 명) 등이다.

해외 입국자는 근래 원양어선이나 농촌 등 국내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발 확진자가 많이 유입된 이유다. 최근 카자흐스탄발 확진자가 급증한 건 지난달부터 양국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것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해외에서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유학생을 비롯해 사업을 위해 오가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음성 확인서 등 입국 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 전에 입국하려는 외국인 수요가 계속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4월 내국인이 많았다면 이제는 순수하게 외국인 입국이 늘어나는 게 걱정"이라며 "해외 추세를 보면 4개국 외에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남아시아에서 특히 심하고,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반구는 가을철로 접어들며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고, 북반구에서 여름철이 되며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가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기세가 꺽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자국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해, 발생 동향이 높은 국가를 타깃으로 서둘러 방역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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