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리더일수록 팀원과 ‘감정적 거리 두기’ 하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19)

‘리더의 감정전염’이라는 말이 있다. 리더는 책임과 권한을 지니기 때문에 직원들이 잘 보이고 싶어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직원들은 리더의 감정 상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리더의 감정이 조직 구성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리더의 감정전염은 어느 회사에나 흔히 있는 현상이다. 아침에 파이팅을 외치며 기분 좋게 출근했더라도, 기분이 언짢거나 분노한 사장을 보면 사장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만약 사장이 화내는 모습을 자주 보는 직원이라면, 아마 회사에서 긍정적인 감정보다 두려움, 분노, 우울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자주 경험할 것이다.

반면 단 한 마디를 건네도 직원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고, 업무 의욕을 향상시키는 리더가 있다. 자주 화내는 리더보다 격려와 동기부여를 해주는 리더가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건 당연한 얘기다.

자주 화내는 리더보다 격려와 동기부여를 해주는 리더가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사진 pxhere]

자주 화내는 리더보다 격려와 동기부여를 해주는 리더가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사진 pxhere]

사실 사장도 계급장 떼고 보면, 성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사장이라고 해서 화를 안 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리더의 자리는 조직운영과 사업성과에 대해 엄청난 압박을 받는 자리기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와 분노가 들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화내는 사장’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다. 사장의 분노 표현은 직원 개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회사 분위기를 몇 시간 다운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사장의 분노는 조직 전체에 엄청난 나비효과를 가져온다.

“그따위로 일하면서 계속 다니고 싶어? C상무가 잘했다는 거야? 왜 말이 없어?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고!”

C상무는 테이블에 코가 닿기 직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그저 사장의 분노가 가라앉기를 바랐다. 사장은 출근길부터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C상무가 총괄하는 신규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는 보고를 받고 C상무에게 마구 화를 낸 것이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장을 대할 때마다 C상무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회사에서 버텨야 했기 때문에 C상무의 업무 우선순위는 늘 사장이 문제시하는 항목이나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그의 팀은 항상 사장이 화내지 않고, 조금이라도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했다.

사장실에서 나오자마자 C상무는 신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구팀장과 신과장을 불렀다.

“도대체 구팀장은 예전 회사에서 어떻게 업무를 했길래 이런 프로젝트 하나 제대로 못 하나? 그따위로 일해서 팀장직 계속할 수 있겠어?”
“상무님, 지난번에 브리핑해드렸듯이 신규 프로젝트는 하반기에 인력을 좀 더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사업계획에 따라 더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신규 프로젝트 진행에 관심이 많으시고 진행이 더딘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나셨으니, 업무 우선순위 바꿔서 빨리 진행하라고. 이상. 나가 봐.”

구팀장은 C상무의 일방적인 지시와 말투에 화가 치밀었다. 더욱이 자신의 팀원인 신과장 앞에서 무시를 당했기 때문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팀장님, 그럼 신규 프로젝트 진행을 앞당겨야 할까요? 그러려면 인력 충원이 필요하고요, 전체적인 예산 계획도 변경해야 합니다. 혹시 사업계획도 수정해야 하나요?”
“신과장, 뭘 자꾸 물어봐? 옆에서 다 들었잖아. 귀는 폼으로 달고 다녀? 나 오늘 찾지 마.”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에서 신과장과 직원들의 업무 의욕은 점점 사라졌다. 게다가 자주 화내는 사장이 집중하는 신규 프로젝트 책임은 모든 직원이 맡길 꺼렸다. 일할 때 업무의 우선순위나 성과보다 상사의 기분과 눈치를 더 봐야 하니, 중요한 프로젝트는 자주 변경되거나 지연됐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 진행하기를 꺼렸다.

사장의 분노가 만드는 나비효과

이 사례처럼 사장의 분노가 곧 중간관리자, 각 팀 리더의 분노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사의 모든 리더가 화를 내면 조직 전체 분위기가 침체된다. 자괴감, 자존감 하락을 경험한 직원은 업무 의욕을 잃고, 책임이 필요한 업무를 점점 회피한다. 직원들 간의 업무 공백이 생기고, 리더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

회사의 리더가 화를 내면 조직 전체 분위기가 침체된다. 자존감이 하락한 직원은 업무 의욕을 잃고, 책임이 필요한 업무를 점점 회피한다.[사진 pixabay]

회사의 리더가 화를 내면 조직 전체 분위기가 침체된다. 자존감이 하락한 직원은 업무 의욕을 잃고, 책임이 필요한 업무를 점점 회피한다.[사진 pixabay]

사업의 우선순위도 그때그때 리더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오래 고민하고 예측했던 사업계획이 리더의 감정변화에 따라 한순간에 바뀌면서 업무 일관성이 없어진다. 결국 사장의 분노는 회사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 상사가 화를 낸다는 것은 직원에게 수직관계를 확인시키는 일이다. 즉, 리더의 분노는 화내는 당사자가 상위의 포지션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직원에게 상명하복을 주지시키는 계기다.

조직 내에서 강력한 수직관계가 형성될수록 주도적·능동적·창의적인 직원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동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될수록 직원 개인의 업무역량 강화나 성장의 기회가 만들어지기 힘들고, 나아가 조직 전체의 성과 향상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직원과 감정적 거리두기

사장도 사람인지라 일을 하다 보면 직원들의 어이없는 실수, 반복되는 실패,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 부족한 마인드 쉐어 등의 이유로 화가 나기도 한다. 조직의 리더로서 분노를 표출하지 않도록 개인의 감정을 제어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차원의 노력이다.

대표적으로 업무가 아닌 직원 개인의 영역을 비난하지 않기, 감정적인 언어를 섞어 화내지 않기, 직원 개인의 자존감 존중하기 등이 현명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조직 성과를 저해하는 ‘화내는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 리더는 일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즉, 업무의 진행과 성과를 감정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만약 특정 업무가 기대한 것만큼 진행되지 않을 경우 업무담당자에게 화를 내기보다 ‘이 프로젝트가 왜 안됐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직원과의 감정적 거리두기도 중요하다. 직원이 종속된 혹은 내 아래에 존재한다는 사장의 마인드는 직원과의 감정의 거리를 없앤다. 감정적 거리가 없어지면, 직원의 사적인 영역을 비난하거나, 감정적인 언어로 직원의 자존감을 낮추는 표현을 하기 쉽다. 만약 사장이 직원을 대할 때 일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업무상 원활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감정적 거리두기’는 필수적이다.

날 때부터 리더인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리더십을 보고 배운다. 글머리에 ‘리더의 감정전염’이라는 용어를 소개했는데, 사장의 분노가 다른 직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좋은 리더십 또는 나쁜 리더십도 전염되는 게 아닐까 한다.

리더로서 내 감정이 조직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충분히 알지만, 만약 화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떻게 직원과 소통해야 할까? 분명한 점은 현실에 ‘완벽하게 이상적인 리더십’이 존재하긴 어렵기 때문에 훌륭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