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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佛이 공조해 모셔왔다···에펠탑서 지휘봉 드는 김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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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각광받는 지휘자 김은선. [사진 Marc Olivier Le Blanc/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세계에서 각광받는 지휘자 김은선. [사진 Marc Olivier Le Blanc/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지휘자 김은선(40)이 14일 오후 9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대규모 공연을 지휘한다. 1789년 7월 14일 일어난 프랑스 혁명을 기념해 2013년부터 매년 에펠탑 앞의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열리는 프랑스 최대의 야외 음악회다. 한국인이 이 공연을 지휘하는 것은 김은선이 처음이다.

"프랑스 혁명 기념 공연, 전세계인을 위로하고 싶다"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는 김은선은 지난달 말 프랑스에 입국해 파리에서 자가 격리를 마치고 공연 리허설을 시작했다. 김은선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프랑스에 갈 수가 없어서 공연 취소를 결정했었다”며 뒷얘기를 털어놨다. 프랑스는 현재 미국에서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그는 “2년 전에 계획된 공연이었는데 코로나로 변동이 생겨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었다”며 “그런데 오케스트라 측에서 꼭 지휘를 해달라며 정부에 요청을 해 특별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와 미국 대사관의 협의 끝에 입국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가 미국과 공조해 무대로 모셔온 김은선은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되면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1923년 오페라단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지휘자였고 내년 임기가 시작한다. 그의 경력엔 ‘최초의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함께한다. 스위스 마드리드 왕립극장, 미국 신시내티 5월 축제의 첫 여성 지휘자였다. 최근엔 베를린ㆍ프랑크푸르트ㆍ드레스덴ㆍ뉴욕 등의 주요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가 그를 섭외 1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현재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인 지휘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력을 쌓고 있다.

이번 파리 음악회 출연은 김은선에 대한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증명한다. 이 음악회는 프랑스의 라디오ㆍTV가 생중계하며 유럽 내 8개국에도 생방송된다. 지난해 시청자 300만명을 기록한 음악회다.

함께 출연하는 음악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 첼리스트 솔 가베타,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시빌리 등이다. 무대의 규모도 크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합창단과 세 곳의 발레단이 연합한다. 김은선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음악회라고 들었다. 그래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특히 공연 장소가 두번 바뀌고 오케스트라 인원도 조정할 정도로 코로나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에 무엇이든 결정하고 계획하기가 민감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이 공연은 매년 프랑스 작곡가인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중 ‘헝가리 행진곡’으로 시작해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청중과 함께 합창하며 불꽃놀이로 끝나는 전통이 있다. 김은선은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강하게 드러나는 행사인데 올해 무대만큼은 전세계인을 위로하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작곡가들 뿐 아니라 베토벤ㆍ번스타인 등 인류애를 강조해온 작곡가들의 곡도 포함시켰다. “프랑스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음악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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