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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출구 없는 부동산 대책, 오기와 땜질로는 해결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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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에서 22번째로 발표된 7·10 부동산 대책은 안타깝게도 전망이 밝지 않다. 이번 대책에도 문제의 근본 해결책인 공급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과 함께 대책을 발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못 박았다. 시장에 맞서 실패한 정책을 끊임없이 땜질하겠다는 선언이다.

국민 64% “정부 부동산 정책 잘못” #매물 잠김, 전·월세 대란 올까 우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주택시장의 출구와 입구를 더 강하게 틀어막았다. 무엇보다 ‘보유세를 높이되 거래세를 낮춘다’는 보편적 주택 과세 원칙을 무너뜨렸다. 다주택자를 겨냥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일제히 올리면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이 포함된 조정 대상 지역에서는 1주택자도 종부세 세율이 0.1~0.3%포인트 인상된다. 지난 3년간 공시가격 자체가 크게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전방위적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3주택자 양도세는 현행 일반과세(6~42%)에서 30%포인트를 추가해 최대 72%를 중과한다. 이들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현행 0.6~3.2%에서 1.2~6.0%로 두 배가량 치솟는다. 취득세는 현행 1~4%에서 8~12%로 최대 세 배 오른다. 3주택자는 집을 추가로 사면 취득세 세율이 12% 부과된다. 기존 다주택자는 소유도, 매각도 징벌적 과세가 부과되는 구조다. 단기매매도 1년 미만 보유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현행 40%에서 70%로 올려 차단한다.

정부는 이 정도로 세금을 부과하면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 이전의 21차례 대책 모두 일시적으로 집값이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이번에도 종부세가 부과되는 내년 6월 1일 이전에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매물 잠김이 극심해질 수 있다. 국민도 정부 대책의 한계를 다 꿰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64%가 “정부 부동산 정책은 잘못”이라고 했다. 더구나 “향후 1년간 집값 상승” 응답이 61%에 달했다. 과중한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증여하겠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도 자식에게 집을 물려줬다.

세입자 대란도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함께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제, 상한제)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세입자 보호는 필요하지만,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산시장 원리를 거스른 규제는 부작용도 크다. 1998년 전·월세 2년 보장 때도 서울 전세금이 24% 폭등해 전국적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됐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급 없이 수요만 막아서는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없다. 실수요자 대책으로 신혼부부와 생애 첫 주택 특별공급을 제시했지만, 중산층 수요는 충족하지 못한다. 오기와 땜질을 멈추고 시장 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