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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코로나19 겁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멈추면 안 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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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정혜진 계명대동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연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는 소식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8월에 류머티즘 관절염 진료 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에어컨·선풍기와 같은 냉방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근육을 수축시켜 신경을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해 통증을 유발한다. 또 장마철에는 평소보다 기압은 낮고 습도는 높아지는데 낮은 기압은 관절 내 압력을 상승시켜 관절 내 활액막의 신경을 압박하고, 높은 습도는 근육 조직과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여름에 관절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름철에는 류머티즘 관절염 관리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활액막에 염증이 생겨 점차 주위 연골과 뼈로 진행돼 관절의 파괴와 변형을 초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손가락·손목·발가락 같은 작은 관절에 생기지만 어깨·팔꿈치·무릎·발목·턱 관절 등 다양한 관절에 염증이 일어날 수 있다. 초기에는 여러 관절에 통증과 부종이 서서히 나타나는데,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혹은 장시간 한 자세로 있는 경우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 힘들다가 움직일수록 호전되는 ‘조조강직’이 대표적 증상 중 하나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면역억제제의 대표적 약물이 스테로이드이며, 메토트렉세이트·설파살라진·레플루노마이드 같은 질환 조절 항류머티즘 약제도 있다. 최근에는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세포나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 물질을 차단해 다양한 염증성 물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소분자 억제제도 개발돼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예후를 많이 향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치료 시 사용하는 약제가 환자의 면역 일부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요즘 같은 시기에 치료를 지속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면역 억제 치료가 코로나19 감염에 미치는 영향은 밝혀진 것이 없다. 오히려 감염이 우려된다고 치료를 소홀히 하면 질환이 급격하게 악화해 관절 변형이나 합병증 발병 등 더 큰 건강상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유행기 류머티즘 질환 환자 건강 지침’에서도 환자가 치료 약제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정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의 유지’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올여름은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류머티즘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은 성실하고 꾸준한 관리만이 답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슬기롭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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