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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카-배민 손 잡은 날, 정태영-김봉진 사이에 오간 대화는?

중앙일보

입력

“배달의민족이 디자인, 패키지 등을 제안했지만, 혹시 현대카드의 정체성과 충돌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네요.”(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충돌해도 괜찮습니다. 이건 ‘배민카드’니까요. 배달의민족에선 실제 제작 과정에서 불거질 현실적인 이슈들은 모른 척 하시고, 오늘처럼 계속 의견을 주시면 됩니다.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웃음)”(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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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와 우아한형제들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오간 대화다. 현대카드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7일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출시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PLCC는 기업이 카드사와 함께 출시하는 자체 신용카드 상품이다. 발행만 카드사가 하고, 유통이나 마케팅은 제휴 기업이 직접 담당하는 일종의 ‘PB 상품’이다.

지난 4월 대한항공 신용카드를 내놓은 현대카드는 지난달엔 스타벅스 신용카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엔 국내 최대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과 손을 잡은 것이다. 양사는 ‘배민 포인트’ 적립 혜택 등을 앞세운 PLCC를 올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월 방문 고객이 1500만명에 달하는 국내 배달 앱 시장의 확고한 리더”라며 “향후엔 결제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각 업계에서 변화를 선도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두 리더 만남에 특히 관심이 쏠린 이유다. 체결식부터 뻔한 행사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참석자로부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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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현대카드서 대놓고 영감 받았다”

이날 체결식은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열렸다. “현대카드 사옥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장소가 직원 휴게실이라고 들었습니다. 저희도 그 얘기를 듣고, 이 장소에 카페를 지었어요.” 행사에 앞서 본사 곳곳을 소개하던 김 의장이 창밖으로 올림픽공원이 펼쳐지는 18층 카페에 멈춰 서서 말했다. 이어 16층 휴게실 앞에 도착했을 땐 그는 “이곳 또한 현대카드가 직원 휴식을 위해 만든 ‘냅 앤 릴랙스 존(Nap & Relax Zone)’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사실 대놓고 영감을 받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우아한형제들 직원이 15명밖에 되지 않았던 지난 2011년, 구성원의 희망 사항을 적어두고 이루어질 때마다 표시해 나간 ‘버킷리스트’ 액자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고 한다. “직원들이 원하는 건 예상외로 사소한 거더라고요.” 김 의장의 말에 정 부회장은 “배울 게 많네요. 우리 회사 기업문화팀한테 꼭 방문해 보라고 해야겠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체결식 기념사진? 좀 다르게 찍어봅시다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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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기념사진도 남달랐다. 정 부회장과 김 의장 등 양사 관계자 12명이 검은 정장에 보타이(bow-tie)를 맨 후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멋지게 차려 입었지만, 그들 앞에는 현수막과 보드(board)가 아닌 치킨, 피자, 보쌈과 같은 배달 음식과 배달의민족의 상징과 같은 민트색 헬멧이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글라스를 좀 챙겨올 걸 그랬다”는 정 부회장의 농담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그러자 다양한 촬영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초고속 촬영 기법을 활용한 서정적인 느낌의 스틸 사진 한장이 탄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호흡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후 정 부회장과 김 의장은 1시간 가까이 배달의민족 전용 신용카드에 대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나눴다고 한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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