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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공포 원조 '여고괴담' 11년만에 부활…김서형 "스카이캐슬보다 더 쏟아냈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가 ‘여고괴담’ 4편에서 교사로 나왔고 얼마 안 있다가 죽죠. 무서운 걸 안 좋아해서 1~3편도 다는 못 봤어요. 오늘 ‘여고괴담 리부트: 母校(이하 여고괴담 리부트)’도 세 번째 보는데 볼 때마다 무섭네요. ‘스카이캐슬’(JTBC) 이후로 이게 첫 작품이에요. ‘스카이캐슬’ 끝나고 남들이 생각하는 전성기와 제가 생각하는 전성기의 차이 때문에 배우로서 방황의 시기가 몇 개월 있었는데 ‘여고괴담 리부트’가 들어왔죠.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앞편 배우가 다시 나오지 않는데 부르셨더라고요.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하루 만에 한다고 했죠.”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공포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주연 배우 김서형의 말이다. ‘여고괴담 리부트’는 한국형 학원 공포물 장르를 개척한 ‘여고괴담’(1998~) 시리즈의 11년만의 신작이자 6번째 영화다. ‘여고괴담4-목소리’(2005)에 음악교사로 출연했던 김서형에겐 15년만의 시리즈 복귀작이다.

부천영화제 개막작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스카이캐슬에서 못 다 푼 것 쏟아냈죠" 

9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母敎'가 베일을 벗었다. 왼쪽부터 개막식에 참석한 주연 배우 김서형, 이명 감독, 김현수.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9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母敎'가 베일을 벗었다. 왼쪽부터 개막식에 참석한 주연 배우 김서형, 이명 감독, 김현수.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쓰앵님’ ‘어머님, 저를 믿으십시오’란 유행어를 낳은 냉혈한 입시 코디 역에 이어 이번엔 고등학교 교감 은희다. 모교의 새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는 돌아간 학교에서 기이한 환영에 시달리고, 자신을 찾아온 3학년생 하영(김현수)으로 인해 잊고 있던 끔찍한 과거와 마주한다.

전날 개막식 상영에 이어 10일 이명 감독, 배우 김현수와 일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김서형은 “제대로 된 선생을 하진 않았지만, 또 하게 됐다”면서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힐링’했다. ‘스카이캐슬’에서 다 못 푼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쏟아냈다”며 활짝 웃었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조폭 코드 없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최초의 한국형 공포영화 프랜차이즈다. 김태용‧민규동 등 개성 강한 신인감독들이 B급 장르로 취급되던 공포영화에 10대 고민, 사회 부조리를 녹여내며 화제가 됐다.

흥행과 호평을 다 잡은 1편 '여고괴담'(감독 박기형, 1998). [사진 씨네2000]

흥행과 호평을 다 잡은 1편 '여고괴담'(감독 박기형, 1998). [사진 씨네2000]

이번 영화 역시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의 ‘리부트’를 제목에 달았지만, ‘여고괴담’다운 섬뜩한 장면이 초반 물량 공세를 이룬다. 잇따른 사고로 폐쇄된 화장실과 밤마다 들려오는 허밍소리, 복도를 배회하는 여학생 환영 뒤엔 ‘스쿨미투’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른 비극이 있다.

10편 공언 이유? 학교문제·폭력 해소 안돼 

‘여고괴담’ 시리즈를 10편 만들겠다고 공언해온 제작사 씨네2000 이춘연 대표는 이렇게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는 이유로 “20년이 지났는데도 학내 문제, 사회 문제를 아이들에게 전가한 폭력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밝힌 바다.

이번 영화는 이명 감독이 “시사 프로에서 보고 충격받아 오랫동안 잊지 못한 근현대사 한 시점 어느 여고생 이야기”가 출발점이 됐다. 씨네2000에서 기획‧제작 일을 거쳐 자신의 제작사 거미를 설립하고 영화 ‘남쪽으로 튀어’(2012) ‘비밀은 없다’(2015) 등을 만들어온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 “‘여고괴담’ 1편이 제작될 때 씨네2000에서 영광과 열매를 누렸는데 이렇게 시리즈를 거듭할 줄, 제가 한 편을 연출하게 될 줄 상상 못 했다. 이번 이야기도 영화로 제작하고 싶었지만 ‘여고괴담’에 녹아들 줄 몰랐다”는 설명이다.

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모교의 ‘모(母)’는 엄마를 의미하고 고향 같기도 하지만 그런 모교가 끔찍한 경험을 한 지옥 같은 장소라면 어떨까. 과거 은희가 겪었고 어쩌면 지금 학교 다니는 세대도 크고 작게 겪고 있을 말 못할 고통이죠. 구성이 좀 성기고 덜거덕거리긴 하지만 세대가 다른 두 상처 입은 여인이 끌어안고 울고 누군가 단죄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 감독의 말이다.

김서형, 무서워서 울어버린 장면은…

촬영 중 실제 등골 오싹했던 순간은 없을까. “무서운 걸 잘 못 본다”는 김서형은 “촬영은 사실 안 무섭고 깜짝깜짝 놀라기만 했다”면서도 은희로서 문득 밀려온 알 수 없는 공포감에 눈물이 북받쳤던 한 순간을 꼽았다. “맨마지막 화장실에 은희가 캐리어 끌고 오는 장면에선 세트 벽에 피칠을 하고 지렁이도 놓고 했는데 막상 피 분장 다 하고 그 앞에 섰는데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어떤 소품을 보자마자 울어버렸어요. 찍고 나와서도 한참을 울었죠.”

‘여고괴담’ 시리즈는 매 신작 ‘호러퀸’을 탄생시킨 충무로 신인 여성 배우의 등용문이었다. 최강희‧공효진‧김옥빈‧박한별‧오연서 등이 ‘여고괴담’ 출신. 이번 6편에선 하영 역의 김현수가 돋보인다. 영화 ‘굿바이 싱글’의 10대 미혼모,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아역 등에 더해 이번엔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려는 당당한 고등학생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개막작에 선정된 새 공포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母敎'로 부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현수가 개막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새 공포영화 '여고괴담 리부트: 母敎'로 부천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현수가 개막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편, 9일 부천 CGV소풍에서 개막한 부천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식 등 모든 행사를 축소하고 극장 띄어 앉기를 지키는 가운데 예년보다 참석인원이 줄었지만 장르 영화와 제작진을 향한 열기는 여전했다.

부천에서 베일을 벗은 ‘여고괴담 리부트’는 추후 극장 개봉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시기는 미정이다. 부천영화제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사건에 대한 회한과 속죄의 이야기”라고 상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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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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