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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휩쓰는 코로나 변종 'D614G'···바이러스 더 많이 배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개월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7개월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등장한 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가 12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5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바이러스 97%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실험에선 3~9배 높은 전파력 보여 #사람 감염에서도 높을 지는 미지수 #감염된 환자 바이러스 배출 늘지만 #변이 없는 것보다 증세 심하진 않아 #백신·치료제 작용에는 영향 없어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와 유럽은 대체로 주춤한 상황이지만, 미국이나 남미·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입니다.
말 그대로 대유행(Pandemic)입니다.

더욱이 최근 ‘D614G’라고 불리는 바이러스 변종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은 인류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일까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의 나타났을 때부터 최근 변종의 출현까지 과정을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추적하면서, 코로나19 변종의 위험성을 따져봤습니다.

인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7가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계보.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두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계보.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모두 베타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 과(科)에 속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외막(外膜)에다 못처럼 생긴 돌기, 즉 스파이크 단백질이 삐죽삐죽 나와 있어서 ‘왕관(corona)’을 연상하게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RNA(리보핵산)로 이뤄진 유전자를 갖고 있고, 포유류나 조류 등에 감염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 등 4개 그룹으로 구분됩니다.
사람을 공격하는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CoV)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65년입니다.

HCoV는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해 7개가 알려져 있는데, 229E와 NL63은 알파 그룹에, OC43과 HKU1은 베타 그룹에 속합니다.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역시 베타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사스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코로나19의 경우도 베타 그룹입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바이러스 종이라기보다 사스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바이러스 분류학위원회에서는 이 바이러스의 정식 이름을 SARS-CoV-2로 정했습니다.

중간 숙주는 아직 오리무중

천산갑. 연합뉴스

천산갑. 연합뉴스

2002~2003년에 유행했던 사스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왔고,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을까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즉 R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다른 바이러스들과 비교를 했습니다. 바로 계통분류학(Phylogenetic) 연구입니다.

분석 결과, 중국 윈난 성 중간관박쥐에서 나온 코로나바이러스 RaTG13이 유력했습니다. 코로나19와 전체 염기서열이 96%나 동일했거든요.

하지만,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S) 단백질 부분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RaTG13의 S 단백질 유전자는 코로나19와 90% 정도 같았는데, 온몸이 비늘로 덮인 동물인 천산갑(穿山甲, pangolin) 바이러스의 경우 코로나19와 97% 이상 같았습니다.

중국 광둥성에서 유통되는 천산갑에서 나온 바이러스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보호를 받게 됐지만, 천산갑은 지금까지 중국 전통 약재로 밀렵과 밀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원래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천산갑으로 옮겨갔고, 이 바이러스가 다시 박쥐로 되돌아온 뒤 사람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박쥐와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중간숙주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사스의 경우 사향고양이에서 사스 바이러스와 99% 이상 비슷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사향고양이가 중간숙주라는 게 분명히 밝혀진 셈인데, 코로나19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 간 셈입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이 폐쇄된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이 폐쇄된 모습. AP=연합뉴스

그렇다면 중국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시장에 있던 박쥐나 다른 동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겼을까요.

초기 감염자들이 화난 수산시장과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지만, 화난 시장 내 야생동물 탓이라기보다는 외부 감염자들이 화난 시장을 방문해서 옮긴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베이징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자 신파디(新發地) 농수산 도매시장의 수입 연어가 감염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러스 창고가 된 박쥐

중국에 서식하는 중화국두복 박쥐는 사스 바이러스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에 서식하는 중화국두복 박쥐는 사스 바이러스에 이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그렇다면 박쥐는 왜 바이러스 창고가 됐을까요.
박쥐의 독특한 대사(代謝) 능력 때문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는 대사 속도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두 배나 됩니다. 에너지 소비, 산소 소비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몸속에는 활성산소가 많이 쌓이고, 활성산소의 파괴력 때문에 염증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박쥐는 진화를 통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을 갖게 됐습니다.

박쥐는 또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인터페론을 일정하게 분비합니다.
다른 포유류의 경우 인터페론을 분비하면 염증반응이 일어나는데, 박쥐는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수단을 갖고 있어 바이러스, 특히 RNA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크게 앓지 않고, 바이러스를 몸속에 지니게 됩니다.

박쥐의 경우 수명이 보통 30~40년인데, 몸의 크기나 심장박동수로 볼 때 장수하는 동물입니다.
자연계에서는 대체로 몸집이 작고 심장이 빨리 뛰는 동물은 수명이 짧습니다. 박쥐 수명은 비슷한 크기의 동물에 비해 2.6배입니다.
하늘을 날아 적의 공격을 피하고, 동면을 자는 것도 수명이 긴 이유입니다.

세포 내 노폐물이나 고장 난 세포소기관 등을 제거하는 자가 소화작용(autophagy)이 활발한 것도 박쥐의 긴 수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가소화작용을 통해 세포 내 바이러스도 제거됩니다.

덕분에 박쥐는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지게 됐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의 저장고 역할도 하게 됩니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는 사스를 경험한 이후 중국 전역에서 박쥐를 채집하고, 박쥐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박쥐 바이러스 연구 기관에 미국이 연구비를 지원했고, 코로나19가 퍼지자 최근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쥐 바이러스에서 다시 진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 청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S단백질이며, S1과 S2 두 개의 서비 유닛으로 구성돼 있다. 퓨린 절단으로 S1과 S2가 끊기면 S1 서버 유닛 모양이 달라져 사람 세포의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 청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S단백질이며, S1과 S2 두 개의 서비 유닛으로 구성돼 있다. 퓨린 절단으로 S1과 S2가 끊기면 S1 서버 유닛 모양이 달라져 사람 세포의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박쥐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중간숙주에 있던 바이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천산갑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 다시 옮겨가면서 천산갑 바이러스와 박쥐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탄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박쥐 혹은 중간숙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박쥐나 중간 숙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다르지만 아주 유사한 바이러스가 있었고, 이것이 사람에게 감염된 후 사람 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12월 이전에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떠돌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 RaTG13와 코로나19와는 사람에 대한 감염력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대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연구가 많이 된 사스 바이러스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사람의 세포에는 앤지오텐신전환 효소 2(ACE2)와 단백질 분해 효소인 TMPRSS2 등 두 가지 단백질이 바이러스 수용체(receptor) 역할을 합니다.
원래는 다른 기능을 하는 단백질인데, 바이러스가 이를 세포로 침입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거죠.

수용체인 ACE2는 세포막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이 수용체와 결합한 뒤 세포 속으로 침입하게 됩니다.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는 RNA와 단백질을 복제한 다음에 세포 밖으로 나오고, 다시 다른 세포를 감염하게 됩니다.

사람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능력은 사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보다 1000배나 늘어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퓨린 절단(Furin Cleavage)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S1과 S2라는 두 개의 덩어리(subunit, 서브 유닛)로 나눠집니다.
사람 세포 내에 있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퓨린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S1과 S2로 절단합니다.
S1은 수용체와 부착하는 역할을 맡고, S2는 바이러스 외피와 세포막이 융합하는 데 간여합니다.

퓨린 절단이 이뤄지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불안정해지고,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려는 힘이 강해졌고, 결국 결합력이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특히, 스파이크 단백질이 위로 튀어나오면서 세포에 침투하기 좋은 형태가 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변해

시간에 따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G 계열의 분포 변화. 왼쪽 A 그래프에서는 시간에 따라 하늘색으로 표시된 G 계열 변이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97% 이상을 차지한다. 실선은 누적 분포로 G 계열이 74%를 보이고 있다. 그림 B는 지역별로 나눠 본 것인데, 아시아 지역은 G 계열의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에 따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G 계열의 분포 변화. 왼쪽 A 그래프에서는 시간에 따라 하늘색으로 표시된 G 계열 변이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97% 이상을 차지한다. 실선은 누적 분포로 G 계열이 74%를 보이고 있다. 그림 B는 지역별로 나눠 본 것인데, 아시아 지역은 G 계열의 비율이 다른 곳에 비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출현한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RNA 바이러스의 경우 사람 세포 내에서 한 차례 복제할 때마다 전체 유전자에 돌연변이(mutation)가 하나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RNA 수많은 염기 중에서 하나 정도가 엉뚱한 것으로 바뀌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변이가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편이죠.

최초 중국 우한에서 분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는 2만9903개의 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분석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염기 서열을 최초 바이러스 것과 비교하면 평균 7.23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습니다.
15개 이상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는 아주 드문 편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는 다른 RNA 바이러스보다는 돌연변이 발생이 적은 편입니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게 있고, 드러나지 않는 게 있습니다.

RNA는 기본적으로 단백질 합성의 설계도입니다. RNA 가닥에 나란히 있는 염기 3개가 단백질 아미노산 1개를 지정합니다. 이를 코돈(Codon)이라고 합니다.

RNA 염기는 A(adenine, 아데닌), G(guanine, 구아닌), C(cytosine, 사이토신), U(uracil, 유라실) 4가지가 있습니다.
4가지 염기는 64개(4 X 4 X 4 = 64)의 코돈을 만들 수 있지만, 아미노산의 종류는 20가지입니다.

코돈 개수가 아미노산 종류보다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여러 개의 코돈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RNA 코돈이 돌연변이로 달라져도 지정하는 아미노산은 그대로인 경우 돌연변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O(기타) 등 총 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G 계열은 스파이크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는데, V와 S 계열은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돌연변이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검출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부분, 97% 이상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긴 G 계열, 즉 G, GH, GR 세 그룹입니다.
지금까지 분석된 코로나19 유전체 전체를 봐도 이들 세 그룹이 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G그룹도 지난 1월 중국과 독일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중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유럽에서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한국 등에서도 발견되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GH 그룹이 대부분 차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뉴스1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뉴스1

지난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형은 GH 그룹입니다.
국내에서 검출한 바이러스 526건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GH 그룹의 바이러스가 63.3%인 3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V 그룹 바이러스 127건, S 그룹 바이러스 33건, GR 그룹 바이러스 19건, G 그룹 10건, O그룹(기타 그룹) 4건 등의 순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GH 그룹 바이러스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입국한 확진자들에게서 검출되고 있습니다.
또, 이태원 클럽과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수도권 개척교회, 서울 방문판매업체 '리치 웨이' 등 최근 발생한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에서 주로 검출됐습니다.
광주 사찰 광륵사와 대전 방문판매업체 관련 감염자의 바이러스 유형도 GH 그룹에 속합니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국 우한 교민 등 해외입국자, 서울 구로콜센터의 경우 S 그룹 바이러스가, 신천지 대구교회 확진자, 청도 대남병원, 정부세종청사(해양수산부) 감염자들한테서는 V 그룹 바이러스가 각각 검출됐습니다.

이와 함께 G 그룹 바이러스는 해외입국자에서, GR 그룹 바이러스는 부산 감천항 입항 러시아 선박 선원과 해외입국자 등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밖에 일본 현지 확진자 접촉자와 싱가포르 출장 관련자 등의 사례는 기타 그룹으로 분류됐습니다.

D614G 감염되면 바이러스 더 많이 배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D614G. 그림 A와 B에서 붉게 표시된 D614가 돌연변이가 발생한 곳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D614G. 그림 A와 B에서 붉게 표시된 D614가 돌연변이가 발생한 곳이다.

코로나19 변이와 관련해 요즘 논란이 되는 게 바로 D614G입니다.
이 돌연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일어난 돌연변이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상에서 2만3403번째 염기가 아데노신(A)에서 구아닌(G)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A23403G라고 표시합니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에서 글리신(G)으로 바뀌게 됐고, 그래서 D614G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D614G가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발생하는 확진자의 97%에서 검출되는 G, GH, GR 유형의 바이러스에서 모두 발견되는 돌연변이이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나타난 이 돌연변이가 대세를 장악하면서 이 돌연변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강해진 게 아닌가 추정하게 됐습니다.

실제 실험을 통해 이 돌연변이를 가진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변이가 없는 바이러스에 비해 3~9배 강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세포주(cell line)로 진행한 실험 결과일 뿐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처럼 높은 전염력을 가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D614G에 감염된 환자가 다른 코로나19 유형에 감염된 환자보다 증세가 훨씬 심하거나 치사율이 높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감염 환자가 바이러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보고는 있습니다.

또한,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체나 치료제가 D614G에게도 그대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 주목을 받는 치료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세포 수용체에 작용하는 게 아닙니다.
렘데시비르는 세포 내에서 RNA 복제, 즉 RNA 중합반응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편, D614G는 변이가 일어난 수준이지 엄밀한 의미에서 ‘변종’이라고 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D614G가 널리 확산한 것은 전염력이 강한 것보다 방역 성과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초기에 발생했던 중국이나 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S, V, L 유형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방역 성공 탓에 점차 사라졌습니다.
반면에 우연히 유럽으로 탈출했던 G 유형은 방역 시기를 놓쳤던 유럽에서 창궐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번졌다는 것입니다.
초기에 사라진 변이 바이러스의 빈자리를 D614가 메꾸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한국에서 GH 변이가 확산한 이후에도 감염 재생산지수(R)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코로나19를 몇 명에게 전파시키는지를 보여주는 R값은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 때 3.53으로 올라갔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땐 0.45로 크게 줄었고, 5월 이태원 집단감염 이후로 6월 말까지 1.63으로 다소 올랐지만, 현재도 1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서 변이가 발견되지만 아직 바이러스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이나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포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이나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앙포토

자연계에서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지금도 계속 탄생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서 유전자가 바뀌고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DNA 혹은 RNA 복제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실수’를 바로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실수 탓에 새로운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또, 숙주 세포에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뒤섞이고, 재조합이 일어나면서 역시 새로운 변종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들어온 바이러스도 변화합니다. 세포 내에서 복제하면서 ‘실수’를 일으키고, 달라집니다. 바로 D614G처럼 말입니다.

이와 함께 사람의 면역계가 바이러스의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면역반응이 특정한 바이러스를 골라낸다는 것입니다.
면역계의 공격은 잘 피하면서, 전염력은 강한 바이러스가 탄생하고 퍼지게 됩니다. 과거 사스 바이러스가 그렇게 변화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최초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몇 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높은 전파력을 가지면서도 병독성은 낮아져 일반 감기 바이러스처럼 계절적 변화를 보이면서 우리 주변에 계속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변화하고, 산림의 파괴나 야생동물 밀렵 등이 이어진다면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쥐는 하늘을 나는 포유류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또 다른 포유류입니다.

사람은 개발과 밀렵으로 박쥐를 위협하고, 박쥐는 바이러스로 사람에 맞서는 형국입니다.

사람은 그 엄청난 이동 속도 때문에 단 며칠 만에 전 세계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바이러스 변이가 생겨나고 있는지, 어떻게 확산하고 있는지를 꾸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백신과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개발 중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모니터링은 필요합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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