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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지방으로 보내면 해결되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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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호 31면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통계청은 올해 수도권 인구가 2596만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산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1970년 인구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통계청은 “2010년대 들어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으로 주춤했던 수도권 순유입 추세가 지방 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7년부터 다시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 모일수록 인프라 비용 줄어 #대도시 쏠림 인정하고 대안 찾을 때

200년 전만 해도 미국인은 대부분 농사를 지었다. 도시에서 사는 인구는 겨우 4%에 불과했다. 100년 전에도 전세계 인구 가운데 도시 거주민은 15%였다. 하지만 1950년에 30%를, 2006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유엔은 2050년 전세계의 도시화율이 68%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1960년 27.7%에 그쳤던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2015년 82.5%까지 높아졌다. 행정구역상 ‘동’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포함한 수치다. 국토계획법상 ‘도시지역’ 거주자를 기준으로 하면 92%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국가에서 압도적으로 큰 도시를 ‘종주도시(Primate City)’라고 부른다. 제2의 도시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아 소득이나 소비, 정치문화 인프라, 일자리 등이 집중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우리나라의 서울 등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 독점, 인력 흡수, 문화 지배, 타도시의 발전 저해, 생산에 비해 높은 소비율 등의 성장 불균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급등 원인을 여기에서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거대도시로의 집중은 환경 오염, 식량 에너지 식수 부족, 높은 주택과 교통비, 긴 출퇴근 시간 같은 다양한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된 것을 안타까워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하는 ‘균형발전시대’를 내세웠다. 행정수도 이전은 실패했지만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 153개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세종시와 전국의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왜 사람들은 서울로 모이는 걸까. 미국의 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는 2017년 저서 『스케일』에서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생물·도시·기업을 관통하는 수학적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체중과 대사율은 0.75의 법칙에 따라 달라진다. 몸집이 두 배가 되면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75%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끼리는 쥐보다 1만배 무겁지만, 필요한 에너지는 1000배 밖에 되지 않는다. 코끼리는 쥐보다 에너지 효율이 10배가 좋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이다.

도시는 15%의 법칙을 따른다. 세계 어디에 있는 도시든 인구가 2배로 증가할 때마다 주유소, 수도관, 도로, 전선과 같은 물질적 기반시설은 85%만 증가했다. 15%씩 비용이 절감되는 셈이다. 인구가 500만명인 도시는 인프라를 5만명인 도시의 50배만 갖추면 된다. 동시에 도시 전체의 부, 1인당 임금, 특허 수 등은 약 15%씩 증가한다. 불행히도 범죄, 오염, 질병 같은 부정적 요소도 똑같은 규모로 늘어난다.

대도시는 효율적이다. 다만 개개인의 삶은 팍팍해진다. 국토 균형 발전은 좋은 얘기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10대, 20대들이 공부하러, 또 일자리를 찾으러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될수록 대도시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지금은 전국으로 사람을 흩어버릴 방안보다는 모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 방법을 고민할 때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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