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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30년→20년…“형 집행 종료 나이 고려”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68)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서 총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앞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2심보다 10년의 형량이 줄어들었다.

징역 30년→20년, 벌금 200억→180억, 추징금 27억→35억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파기환송심에서 총 징역 20년형과 벌금 180억원, 35억원을 추징한다고 선고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는 징역 15년에 벌금 180억원을,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과 추징금 35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5월 박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35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징역 25년과 벌금 300억원에 추징금 2억원을,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33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함께 직권을 남용해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정유라씨 승마 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재직 중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강요죄 무죄 판결로 대부분의 강요 혐의는 무죄”

2019년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 최서원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연합뉴스 자료]

2019년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 최서원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연합뉴스 자료]

형이 줄어든 건 두 사건이 병합된 점과 대법원이 강요죄를 무죄로 판단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2심에서는 총 징역 30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를 의식한 듯 선고 전 어떻게 이러한 판결을 하게 되었는지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리 형법은 여러 가지 죄를 동시에 범했을 때 각 형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가중한다. 그렇기에 재판부도 “여러 범죄 중 사람들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하는 범죄에 대해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특가법상 뇌물수수액이 5억원 이상이면 징역 9~12년을, 가중 요소가 있으면 징역 11년 이상에 처하도록 권고한다. 2심에서는 삼성과 관련된 뇌물액이 80억여원이라고 인정됐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대기업 회장에게 재단 후원금을 요구한 건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강요죄가 대부분 무죄가 됐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분도 일부분 무죄가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해 이 사건 범행 등으로 국정에 커다란 혼란이 연출됐고 그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겠으나 국민 전체에 걸쳐 여러 분열·갈등·대립이 격화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 점에 비춰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은 별로 없다고 보이며 정치적으로는 파산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며 “오늘 선고하는 형이 그대로 집행될 경우 집행 종료 예정되는 시점에서의 박 전 대통령의 나이를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수사 검사 “양형 납득 어려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수사 검사는 “중요 혐의가 유죄로 바뀌었는데도 총 징역 20년이 선고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심보다 국정원 사건에서 2억원의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하고, 국고손실죄를 27억원이 아닌 34억5000만원으로 봤다. 이 때문에 추징금 액수가 늘었다.

수사를 맡았던 한 부장검사 역시 “강요죄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더라도 뇌물 부분은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에 양형 부분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다만 최서원씨에 대해 파기환송심이 징역 18년이 선고된 점을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며 “국정농단의 주범은 대통령이고, 최씨와 비슷하게 형량을 정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반면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이고 고령인 점을 감안한 판결인 것 같다”며 “검찰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형 확정돼 만기까지 채울 경우 87세 출소 가능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이나 검찰이 일주일 내 재상고를 제기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다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형이 확정된다면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것을 더해 총 22년형을 살아야 한다. 2017년 3월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가석방 없이 만기까지 채울 경우 2039년, 87세에 출소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또 180억원의 벌금을 내지 않으면 이를 대신해 최대 3년간 노역장에서 일해야 한다. 벌금형은 가장 큰 뇌물액수의 두 배 이상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이들은 3년 이내의 기간 노역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을 거부해 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도 자리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한다고 사유서를 냈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나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방청객들은 “박근혜는 무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조국 재판은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겠다” “검사들 떳떳할 수 있나” 등의 소리를 치다가 직원들의 제지에 법원 밖으로 나갔다.

이가영‧나운채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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