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앞서 비슷한 선택을 했던 정치인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 시장에 앞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치인으로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었고,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대선 후 이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고, 이후의 순탄치 않은 정치 역정을 겪다 결국 지난해 7월 16일 유서를 남기고 서울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역 의원일 당시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했던 정 전 의원은 국회를 떠난 뒤 방송인과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했고, 한때 음식점 사장이 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우울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박 시장 사태와 관련해 “정 전 의원 기일이 불과 일주일 앞인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보다 1년 앞선 2018년 7월에는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였던 노회찬 전 의원이 스스로 생을 등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한국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그는 노동운동을 하다 정계에 입문했고 2004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뒤 3선을 했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그의 영욕의 삶을 멈춰 세웠다. 노 전 의원은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당과 가족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에 앞서 극단적 선택으로 큰 파문을 낳았던 정치인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성 전 의원은 경남기업 회장이던 시절 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2015년 4월 북한산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된 날이었다. 숨진 채 발견된 그의 품에 남겨져 있던 메모는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며 정치계에 큰 후폭풍을 일으켰다. 해당 메모엔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과 금액 등이 적혀 있었다.
2008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대통령 출신 정치인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당시 친인척들의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란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숨을 거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지금도 정치권과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해 열리는 추모식마다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기도 한다.
광역자치단체장 출신 중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치인으로는 2004년 2월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 중에 유명을 달리 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 같은 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한강에서 숨을 거둔 박태영 전 전남지사 등이 있다. 박 전 지사의 극단적 선택은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재직 중에 있었던 일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