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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노회찬·성완종·노무현…스스로 영욕의 생 마감한 정치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앞서 비슷한 선택을 했던 정치인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 제공]

박 시장에 앞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치인으로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핵심 참모 중 한 사람이었고,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대선 후 이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고, 이후의 순탄치 않은 정치 역정을 겪다 결국 지난해 7월 16일 유서를 남기고 서울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역 의원일 당시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했던 정 전 의원은 국회를 떠난 뒤 방송인과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했고, 한때 음식점 사장이 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우울증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박 시장 사태와 관련해 “정 전 의원 기일이 불과 일주일 앞인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019년 7월 19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2019년 7월 19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이보다 1년 앞선 2018년 7월에는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였던 노회찬 전 의원이 스스로 생을 등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한국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그는 노동운동을 하다 정계에 입문했고 2004년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뒤 3선을 했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그의 영욕의 삶을 멈춰 세웠다. 노 전 의원은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당과 가족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018년 2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선 모습. [뉴스1]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018년 2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선 모습. [뉴스1]

이에 앞서 극단적 선택으로 큰 파문을 낳았던 정치인은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성 전 의원은 경남기업 회장이던 시절 자원개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2015년 4월 북한산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된 날이었다. 숨진 채 발견된 그의 품에 남겨져 있던 메모는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며 정치계에 큰 후폭풍을 일으켰다. 해당 메모엔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과 금액 등이 적혀 있었다.

2008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대통령 출신 정치인 중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당시 친인척들의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란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숨을 거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지금도 정치권과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해 열리는 추모식마다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기도 한다.

광역자치단체장 출신 중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치인으로는 2004년 2월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 중에 유명을 달리 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 같은 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한강에서 숨을 거둔 박태영 전 전남지사 등이 있다. 박 전 지사의 극단적 선택은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재직 중에 있었던 일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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