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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녕” 박원순…노영민 “文, 충격적이라고 말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10일 고인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전에 비가 내렸지만 각계인사와 일반 시민이 일찍부터 빈소를 찾았다. 이날 장례식장에서는 박 시장이 남긴 유언장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 시장 빈소는 장례식장 3층 1호실이다. 서울시가 정식 조문을 낮 12시부터 받기로 하면서 오전에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 조문을 제한했다. 이른 아침부터 장례식장을 찾은 일부 시민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박 시장의 측근들은 오전 9시부터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정식 빈소가 차려지기 전까지 2층에 모여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장례식장 관계자들은 장례식장 입구에서부터 취재진의 출입을 제한했다.

서울시, 봉투에 담긴 유언장 공개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울시가 밝힌 정식 조문 시간이 다가오자 장례식장 일대는 취재진과 조문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박 시장의 유언장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취재진뿐 아니라 유튜버도 모여들었다.

오전 11시 50분 이민주 서울시장 공보특보와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례식장 입구에서 박 시장이 남긴 유언장을 공개했다. 시장 공관의 서재 책상 위에 놓여있던 유언장은 ‘서울특별시’ 글씨가 적힌 흰색 봉투에 담겨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원순 유언장. [중앙포토]

박원순 유언장. [중앙포토]

고 비서실장은 “박 시장은 어제 오전 공관을 나서기 전 유언장을 작성했다”며 “공관을 정리하던 주무관이 책상 위에 놓인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했다. 고 실장은 “오늘 오전 유족과 논의한 끝에 유언장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언장에서 박 시장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며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었다.

이해찬, 박원순 ‘미투 의혹’ 묻자 분노

유언장 공개 이후 정식 조문을 시작했다. 각계 인사와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상희 국회부의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손학규 전 의원,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 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빈소를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사의 발걸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고민정 의원, 김두관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범계 의원, 박주민 의원, 백혜련 의원, 서영교 의원, 송영길 의원, 우원식 의원, 이낙연 의원, 이해식 의원, 전해철 의원, 한병도 의원, 홍영표 의원 등이 이곳을 찾았다. 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등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조문을 마친 이들은 박 시장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도 박 시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취재진 한 명이 이해찬 대표에게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인가”라고 묻자, 이 대표는 “예의가 아니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박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자신의 전직 비서에게 고소당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오후 12시 20분 조문을 마쳤다. 이로부터 2시간 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빈소를 찾았다. 그는 고인을 “좋으신 분으로 기억한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언장 ‘모두 죄송…가족에게 미안’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이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도 빈소에 들어섰다. 박원순 시장과 문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12기 동기다. 다만 청와대 차원에서는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노영민 실장은 “대통령께서 너무 충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박 시장은 10일 오전 0시 1분께 서울 북악산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연락이 끊겼다며 그의 딸이 신고한 지 7시간 만이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 장을 치르고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반 시민과 서울시 직원의 조문을 위해 설치하는 분향소는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운영한다.

이가람·문희철·하준호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박원순 서울시장 유언장 전문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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