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10여 년 간 서울시민을 위해 헌신해 왔던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어제 밤 유명을 달리한 채 발견됐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의 뜻을 표현했다.
정 총리는 최근 두 차례 박 시장과의 만날 자리가 있었지만 모두 불발됐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이 숨진 10일은 두 사람과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오찬을 하리로 했던 날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쯤 정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너무 안 좋아 못뵐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김 구청장에게도 비슷한 시간에 같은 취지로 전화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종로 현안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등에 이야기하려던 자리였다"며 "짧게 통화했고 마음이 안 좋다거나 심리적 이상을 감지할 만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논의하려던 종로구의 현안은 정부 규제가 풀리지 않아 지지부진하던 창신동 도시재생사업과 관련된 문제였다고 한다.
정 총리는 지난 2일에도 박 시장을 공관에 초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정 총리가 각계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 여는 간담회인 ‘목요대화’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박 시장을 초청했지만 박 시장은 다른 일정이 많아 참석하지 못했다. 정 총리 본인을 포함해 여권의 잠룡으로 불리는 4인이 함께 모이려던 자리인 셈이다.
10일 논의하려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박 시장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간판 사업이다. 광화문 광장의 차선을 줄이고 보행로와 광장을 확장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교통 체증 심화 등의 우려가 커 국회의원 시절 종로를 지역구로 뒀던 정 총리와는 이견이 컸던 사업이기도 하다. 당초계획으로는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총선에 미칠 여파로 연기됐다. 그 과정에서 기존 설계안은 축소·변경됐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