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화제 낳는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기본소득제·전일보육제 등 진보 정당이 주도해온 의제들을 화두로 던져 기득권 보수 정당의 이미지에 새 바람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엔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 정치권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통합당 비대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윤 부친 과거 가끔 만나, 친분? 별로 #김동연? 생각 모르지만 동향 알아 #안철수, 원하면 통합당 올 수 있어 #대통령, 남은 임기 북한 신경쓸 것
- ‘대권 주자’를 언급할 때마다 여의도가 출렁인다. 당신이 통합당에 합류하기 직전 2명에 대권 도전을 타진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누구인가.
- “꽤 오랜 시간 전이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이런 사람 정도면 대권에 도전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정치를 하면 뜻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2명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신을 보니 든든한 데가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보나.
- “현재 공직에 있는 사람을 찍어 거론할 순 없다. 다만 그가 검찰총장을 그만둔 다음에도 국민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윤 총장 아버지인 윤기준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그는 연대 교수고 난 서강대 교수였는데 가끔 만난 적이 있다. 10살쯤 연배가 높다. 특별한 관계는 없다. 어느 언론이 그를 두고 ‘김종인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라 보도했는데 헛소리다.”
- 윤 총장이 이 정부에서 고생이 심해 임기 전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지 않나.
- "그도 나름대로 현재 위치에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게 있을 것이다.”
- 김동연 전 부총리는 어떤가.
-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국을 돌며 강연을 많이 다닌다고 하더라. (‘경제를 아는 사람’이 대권 주자로 나와야 한다고도 했는데) 내가 그런 언급을 한 건 코로나 사태로 우리 경제가 전대미문의 상황에 부닥칠 수 있어서다. (IMF 외환위기 이상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데) 어떤 의미에선 IMF는 간단한 위기다. 외화 부족만 해결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전체가 복합적으로 가라앉는 상황이다. 내년까지 극복이 안 되면 국민 심리가 자연스레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로 갈 수밖에 없다.”
- 21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상임위원장 18개 여당에 다 주고 투쟁하자”고 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7개라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가져갔기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표를 던지고 전국의 사찰을 떠돌지 않았나. 그 기간이 너무 오래 가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고, 일단 21대 국회가 정상 가동을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봤다.”
- 민주당에선 주호영 원내대표는 타협안을 받을 생각이 있었는데 김종인이 막았다고 한다.
- "나와 주 원내대표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는 수인지 모르지만, 신경 안 쓴다. 내가 보기엔 주 원내대표도 법사위원장을 뺏긴 마당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여겼을 거다.”(‘둘이서 그런 대화를 나눴나’라고 물으니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했다.)
- 왜 이렇게 민주당이 관행을 깨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집착했다고 보나.
- "법사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하는 얘기를 보면 답이 보인다. 현직 검찰총장을 공격하고 법원 판결도 맘에 안 들면 때려댄다. 청와대가 뭐 그리 잘못한 게 많아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두려워하고 난도질을 하나. 이게 정상적인 정부인가 의심이 갈 정도다. 민주당 사람들이 자고 나면 외치는 게 검찰 개혁인데 그 본질이 뭔지는 설명하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검찰 개혁’만 떠든다. 어떻게 해야 검찰이 개혁되는지부터 밝혀야 하지 않나.”
- 여러 자리에서 "앞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데.
- "이 정부가 재난 지원금이라고 가구당 100만원씩 줘 지난 6월은 반짝 지나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종전과 차이가 없다. 재정 풀고 금융 확대하면 해결될 것이라 보는 것 같은데 코로나 위기는 다르다. 과거 경기 하강은 소득이 줄어 소비가 주는데, 이번엔 한꺼번에 모든 게 멈춰버렸다. 그 와중에 부동산 투기가 왕성해지니 양극화만 심해진다. 한국은 빈곤율이 OECD 국가 2위다. 미국이 17.8%인데 우리는 17.4%다.”
- 정부가 부동산 잡겠다고 세금 올리고 난리다. 성공할 수 있을까.
- "과거에도 항상 그랬다. 그거론 집값 안 잡힌다. 이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돈을 워낙 많이 풀었다. 부동 자금이 1500조원이나 되는데 갈 데가 없으니 주식과 부동산에 몰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는 수도권에 인구가 너무 집중됐다. 집값은 이런 이유가 복합돼 폭등한 거다. 그런데 이 정부는 세금 때리기로 맞선다.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1980년대에도 토지공개념이니 해서 요란한 세금을 3개나 만들었다. 그러나 집값 안 내려갔다.”
- 민주당과 청와대는 다주택 의원과 공직자들 집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하는데.
- "그걸로 부동산을 해결할 수 있다면 착각이다. 다주택자 의원이 민주당 42명, 통합당 41명이라는데 각자 양심에 따라 처리해야지 강제할 수 없는 거다.”
- 비대위의 당 개혁 작업은 잘 되고 있나.
- "통합당이 특히 수도권에서 유달리 참패했다. 30~40대가 등을 돌린 탓이다. 대한민국이 풍요로웠던 시절에 교육을 가장 많이 받고 자란 이들이라 의식이 다르다.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인 걸 아주 싫어한다. 그런데 통합당은 기득권층만 보호하고 약자엔 관심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혔다. 30~40대 눈에 통합당은 달라진 시대에 적응을 못 하는 정당이라 선택받지 못했다. 결국 통합당이 변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질 거다. 그러면 대다수 국민이 약자가 된다. 그래서 나는 통합당이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당에 있었다. 그는 남은 1년 10개월 임기를 어떻게 쓸 것 같나.
- "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국정 전반에서 뭐 하나 잘했다고 내놓기가 어렵다. 유일한 자랑이 남북 간 평화인데, 사실 평화는 지난 70년간 긴장 속에서도 유지가 돼왔다. 게다가 북한은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을 통해 성사시킨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지 않았나. 그걸로 문 대통령의 ‘평화’ 업적은 무산된 거다. 그러니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 복원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거다. 박지원 국정원장 지명 등 외교안보라인 교체가 그 증거다. 그러나 남북관계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가장 시급히 풀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다. 그런데 갑자기 부동산 문제가 터졌다. 이것도 그의 경제 정책 실패에서 나온 것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통합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 "통합당은 합류하고 싶은 사람은 들어오는 곳이다. (일대일 통합도 가능한가?) 그는 나름의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 게 효과적인지 생각할 사람이니 두고 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대권주자 물색…김동연 의중 뒀을 수도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5월 통합당에 합류하기 전 대권 도전 의사를 타진했다는 인사들은 누구일까.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이미 쓸만한 대권주자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는 “1년쯤 전 내가 김 위원장을 만났는데 김 위원장이 내게 ‘원희룡 제주지사·김동연 전 부총리를 각각 따로 만나 대권 도전을 권유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언이다.
“김 위원장은 원희룡을 만나선 ‘나라 상황이 이렇게 안 좋으니 거기(제주)에서 나와 큰일을 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원희룡은 고사하면서 ‘제주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김동연도 따로 만나 대권 도전을 권유했는데 김동연은 ‘절대 관심이 없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내심 김동연을 상당히 마음에 뒀고, 지금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이 보기에 김동연은 코로나 시국에서 대권 주자의 핵심 요건인 ‘경제를 아는 인물’이다. 또 검정고시 출신으로 고시 2관왕에 오르는 등 스토리가 있다. 정치적으로도 이념 색채가 없어 김 위원장이 원하는 대권 주자로 적격이다. 김 위원장이 요즘 김동연이 전국을 돌며 강연을 다니는 동향을 꿰고 있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이소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