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관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골목. 조용하던 일대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9일 오후 5시 17분께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다”는 박 시장 딸(37)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다.
신고가 접수된 지 한 시간 여 지난 오후 6시20분.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 병력 20여명이 박 시장의 공관 인근을 노란색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치기 시작했다. 박 시장 가족과 인근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경찰이 폴리스 라인 설치를 마치자마자 언론사 취재진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박 시장 실종 소식을 전해듣지 못한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기도 했다. 해가 질 때쯤 공관 앞은 경찰과 취재기자들로 가득 찼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성북동 핀란드대사관과 와룡공원 일대. 경찰이 2개 중대와 드론, 경찰견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밤 11시가 넘도록 박 시장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공관의 대문 틈으로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왔지만 문은 굳게 닫힌 상태였다. 평소 공관에는 박 시장과 부인 강난희 여사만이 거주할 뿐 아들과 딸은 함께 생활하지 않는다. 대문 오른쪽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박 시장이 오전 10시44분께 검은 모자와 검은 배낭, 회색 신발 등을 착용한 상태에서 집 문을 닫고 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박 시장 실종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시 직원들과 인근 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시장 공관 근체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까지 박 시장의 집으로 저녁마다 매일 손님이 왔다”며 “10명 넘게 와서 자정 넘어 헤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집 주변이 항상 들떠있는 분위기라 오늘 갑자기 잠적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 실종 하루 전인 8일 서울시청 여직원의 성추행 고소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한 서울시 직원은 “평소 박 시장의 강직한 성격으로 미뤄보아 믿기 힘들고 황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9일 공관을 나온 뒤 연락이 끊겼던 박 시장은 10일 새벽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