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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틱톡의 국제경제학…미국에서 돈 버는 중국 앱의 운명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중국 앱 틱톡 금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중국이 국가정보법 7조에서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의 정보 작업에 지원ㆍ협조ㆍ협력해야 한다“고 적시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앱 틱톡 금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중국이 국가정보법 7조에서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의 정보 작업에 지원ㆍ협조ㆍ협력해야 한다“고 적시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이 만든 앱인데 중국 색을 지우려 안간힘을 쓰는 앱. 틱톡(Tik Tok) 얘기다. 틱톡이 중국 DNA를 셀프 삭제하려는 건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틱톡 앱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지난달 유혈 분쟁을 벌인 인도 역시 등을 돌렸고, 호주에서도 금지 주장이 나온다. 미ㆍ중 신(新) 냉전 속에서 반(反)틱톡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반 틱톡 전선은 공고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내 틱톡 금지는) 우리의 관심 사안이 맞다”고 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폭스뉴스에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지 하루만이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상원이 국가정보국장(DNI)에 틱톡의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조사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여야 원내대표 공동 명의였다. 여야 갈등의 골이 깊은 미국이지만 반 틱톡 전선에선 대동단결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홍콩에 이어 틱톡이 미ㆍ중 신 냉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자연스레 나온다. 홍콩과 틱톡은 그러나 결이 다르다. 홍콩은 일국양제(一國兩制)지만 중국의 품에 있다. 반면 사(私)기업 틱톡은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게 존재의 이유다.

틱톡 앱은 정치외교 고담준론과는 거리가 멀다. 15초 세로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은 영상 챌린지를 벌이고 코믹한 영상 기법에 탐닉하는 놀이터다. 사람 얼굴이 말 얼굴로 바뀐다든지, 초콜릿 모양의 스티커를 먹으면 입이 점점 커져서 폭발한다는 식의 영상이 대다수다. 경제 관점에서 따지면 미국의 틱톡 금지는 반(反) 시장적이다. 대통령ㆍ국무장관ㆍ상원이 뭐라 하든 미국의 밀레니얼과 ‘젠Z(Z세대)’는 틱톡에 열광한다.

틱톡의 BTS 콘텐트. [틱톡 캡처]

틱톡의 BTS 콘텐트. [틱톡 캡처]

오아시스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IPO도 불투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틱톡은 ‘집콕’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에 따르면 중국 밖에서 틱톡을 다운받은 숫자는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지난 3월 약 1190만회로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4월의 433만회에 비하면 약 3배다. WSJ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는 표현까지 썼다. 중국 모(母)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의 매출액은 지난해 170억 달러(약 20조 3200억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성공의 역설일까. 틱톡에 대한 미국의 공세 수위는 올해 상반기 부쩍 강해졌다. 중국이 지난 5월 홍콩에 대한 사법적 지배력을 강화한 보안법 카드를 깜짝 꺼내 들면서, 미국도 홍콩과 틱톡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틱톡의 시간은 째깍째깍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가”(쿼츠)부터 “틱톡, 중국 스파이 앱으로 의심”(텔레그래프)이라는 분석이 8~9일 영어권 경제 전문 매체에서 쏟아졌다. 친(親) 트럼프 매체로 분류되는 폭스뉴스는 8일 아예 “틱톡은 누구의 소유인가”라며 바이트댄스(ByteDance)를 집중 조명했다.

인도에서 벌어진 틱톡 반대 시위. 인도는 틱톡의 1위 시장이다. AFP=연합뉴스

인도에서 벌어진 틱톡 반대 시위. 인도는 틱톡의 1위 시장이다. AFP=연합뉴스

틱톡의 선택은 정치 아닌 경제 

흥미로운 건 틱톡의 선택이다.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장이밍(張一鳴)은 모국 아닌 미국을 택했다.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른 선택이다. 틱톡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WSJ에 “미국에서 성공 못 하면 세계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디즈니 출신의 미국인 케빈 메이어 CEO도 영입해 중국 물빼기에 나섰다.

홍콩보안법이 통과된 직후엔 한술 더 떠 홍콩 철수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발끈했지만, 틱톡의 1위 시장인 인도와 3위 시장인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13억 인구 시장인 인도에 대해선 몸을 각별히 낮췄다. 중국과 국경 분쟁이 격화해 유혈사태로 수십명이 사망한 뒤 인도 정부는 틱톡을 차단했다. 반(反) 틱톡 시위 열기도 뜨겁다.

전체 다운로드의 30%가 인도에서 나오는 틱톡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메이어 틱톡 CEO는 인도 정부에 서한을 보내 “틱톡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인도 경제에 기여하며, 중국 정부와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읍소했다.

미국 틱톡 지사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장이밍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틱톡 지사가 있는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장이밍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장이밍 CEO의 마음은 급하다. 당초 그는 올해 내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꿈꿨다. 그러다 미국 내 틱톡 금지 등으로 홍콩 증시 상장을 염두에 뒀지만, 아예 홍콩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상황이라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우선 소나기부터 피한다는 게 틱톡의 전략이다. 틱톡 측은 WSJ에 “세계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 전략 수립 및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산을 장만하는 것이 간단하지는 않다. 데이터 보안에 대한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콩의 반중 시위 관련 콘텐트가 갑자기 삭제되거나, 티벳 독립과 천안문 시위 등 중국 당국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는 검색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는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백업된다는 게 틱톡의 주장이지만, 폭스뉴스는 “틱톡이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WSJ의 결론은 이렇다. “사방이 막힌 틱톡의 상황은 쉽지 않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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