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안에 그랜드한 구상을 잘 만들어냈다.”
정부로부터 ‘한국판 뉴딜’ 계획안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고용시장을 때리자 정부는 당장의 고용을 회복할 대책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장기적인 먹거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선택은 한국판 뉴딜이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3일 한국판 뉴딜의 종합계획을 직접 발표한다. 지난 4월 문 대통령이 “정부가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나서달라”고 주문한 지 3개월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文이 직접 챙긴 한국판 뉴딜 모습은
한국판 뉴딜 사업에는 향후 5년 동안 100조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다. 당초 계획보다 24조원 이상 늘어난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한국판 뉴딜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4조8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했고, 나머지는 향후 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2022년까지 일자리 55만개를 만드는 게 뉴딜의 큰 목표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세우고 고용안전망을 강화해 일자리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한국판 뉴딜의 상세한 내용을 직접 챙겼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지난달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는 한국판 뉴딜의 큰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다. 디지털 뉴딜 사업에는 5세대(5G) 국가망 확산·클라우드 전환,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공공시설 와이파이 구축 등이 들어간다. 그린 뉴딜 분야에선 친환경 기술 기업을 지원하고 낡은 공공 인프라를 보수하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100조원 쓰면 100조원 이상 효과 있어야”
관건은 5년 동안 100조원을 투입한 이번 대규모 프로젝트로 미래 한국 경제가 100조원 이상 성장할 토대를 만들 수 있냐는 점이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100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면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100조원 이상 늘어나는 승수효과를 거두는 것이 뉴딜의 본질”이라며 “민간을 묶는 규제를 그대로 둔다면 뉴딜 정책은 결국 현금 살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뉴딜을 통해 만든다는 일자리 상당수가 6개월짜리 공공 데이터 구축·방역 지원 등 ‘알바’ 일자리에 그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사공진 교수는 “나중에 줄일 수도 없는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기업이 다시 고용시장으로 들어오도록 만드는 강한 유인책으로서 뉴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00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당장 코로나19 국난에 빠진 올해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7조9000억원 적자를 찍으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차 추경까지 편성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본예산 편성 당시 39.8%에서 43.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