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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과 북미대화 외쳤지만…달라진 비건, 최선희에 날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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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 안보실장이 9일 청와대 귀빈접견실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서훈 국가 안보실장이 9일 청와대 귀빈접견실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 청와대]

7~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마지막 공개 일성은 북ㆍ미 대화 재개 촉구였다. 하지만 북한의 ‘사전 퇴짜’에 비건 부장관도 낡은 협상 방식은 거부한다고 선을 명확히 그은 만큼 11월 미국 대선 전 실무협상 재개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비건 부장관은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청와대는 보도자료에서 “서 실장은 비건 부장관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전념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고, 관련 노력을 지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비건 부장관은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와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오전 10시부터 1시간 10분 동안 이뤄졌다. 순차 통역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협의는 30분가량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획기적인 새로운 대북 제안 등 구체적인 협의보다는 원론적인 공감대 형성 수준의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특히 비건 대표는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최선희의 실명을 거론하며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고,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직설화법으로 비판했다. 최선희가 4일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한 데 대한 답변 성격이었다. 그간 비건 부장관은 방한할 때마다 판문점 나 홀로 방문, 대북 인도적 지원 발표, 공개 대화 제안 등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왔다. 그랬던 비건 부장관이 이번엔 작심하고 최선희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선 “협상할 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협상 상대)를 임명하라”라고도 했다. 미국은 준비가 돼 있는데, 북한이 제대로 된 비핵화 협상을 할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북ㆍ미 대화가 막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주한 미 대사관도 비건 부장관과 서 실장의 면담 뒤 트위터에 “비건 부장관은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 및 북한과의 협상 준비가 돼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올렸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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