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범죄나 아동학대 등 강력 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신상 공개 결정된 성범죄자라도 민간 사이트 공개 불법 #부산경찰청 명예훼손 혐의 적용 여부 검토 #사이트 운영자 9일부터 후원금 모집 나서
부산경찰청은 “경찰청 지시에 따라 내사에 착수했다”며 “내사 결과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5월 말 개설돼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출신 지역, 연락처 등 신상 정보가 기록돼 있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 신상 정보가 공개된 이들 중에는 고(故)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 당사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대한민국이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낀다”며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한다”고 웹사이트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법적으로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진 성범죄자라 하더라도 민간 운영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는 건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명예훼손 우려에 대해 운영자는 “본 웹사이트는 동유럽권 국가 벙커에 설치된 방탄 서버에서 강력히 암호화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며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기에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해주시면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운영자에게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등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강력 범죄자라도 민간 사이트에 신상 공개를 하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범죄자가 아닌데도 신상이 공개됐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가중처벌된다”고 말했다. 사이버상 명예훼손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9일부터 후원금 모집에 나서자 경찰은 기부금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도 조사 중이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웹사이트 유지 비용이 800달러가량이었으나 현재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늘어났다며 후원금 모집을 시작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00만원의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할 때 정부 기관에 등록해야 한다”며 “후원금 모집 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도 함께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