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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기소에 또다시 머리숙인 아베 "책임 통감한다"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측근 비리에 또다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57·중의원) 전 법무상 부부가 8일 매수죄로 검찰에 기소되자 다시 머리를 숙여야만 했다.

가와이 전 법무상 부부 매수 혐의로 기소 #아베·스가, 문제가 된 선거서 적극 후원 #자민당 파격적인 선거자금 지원해 논란 #'중의원 해산·총선거 실시' 로드맵에 차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폭우 피해 속출로 안 그래도 민심이 흉흉한 시기에 리더십에 큰 손상이 간 셈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정권으로선 데미지"라면서 "그런 사람을 총리 가까이 둔 것 자체가 실패였다"고 토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과정에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의 부인인 가와이 안리 후보의 유세 현장에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가와이 전 법상 부부는 이 선거에서 지역구인 히로시마현의 지방의원 등 100명에게 현금 2900만 엔을 살포한 혐의로 8일 검찰에 기소됐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과정에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의 부인인 가와이 안리 후보의 유세 현장에 나와 손을 흔들고 있다. 가와이 전 법상 부부는 이 선거에서 지역구인 히로시마현의 지방의원 등 100명에게 현금 2900만 엔을 살포한 혐의로 8일 검찰에 기소됐다. [AP=연합뉴스]

이날 도쿄지검 특수부는 가와이 전 법무상 부부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여름 참의원 선거 과정에서 당시 후보였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46·참의원)의 당선을 위해 지방의원 등 100명에게 총 2900만 엔(약 3억2000만원)의 현금을 살포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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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와이 전 법상이 검찰 진술 과정에서 현금 제공은 인정하면서도 "매수 목적은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들끓고 있다.

최소한의 반성도 하지 않는 모습에 언론도 비판 일색이다. 아베 정권과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산케이신문조차 9일자 사설에서 "(가와이) 부부의 인식은 사회 통념과 크게 괴리돼 있다"며 "이것이 정치가의 상식이라면 '정치와 돈'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齊藤鐵夫) 간사장은 "국민의 정치 불신을 초래한 책임은 중대하다. 재판 결과를 기다릴 것 없이 부부는 의원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상을 임명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께)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한층 긴장감을 갖고 정권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8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상(중의원·오른쪽)과 가와이 안리 참의원 의원. 아베 총리는 측근 비리로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연합뉴스]

8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상(중의원·오른쪽)과 가와이 안리 참의원 의원. 아베 총리는 측근 비리로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치적 내상이 워낙 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출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와이 전 법상이 아베 총리는 물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도 무척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아베와 스가는 문제가 된 지난해 참의원 선거 때 가와이의 부인을 적극 후원했다. 안리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부적격 논란 속에 후보에 올랐고, 자민당 본부는 선거 직전 통상적인 지원 액수를 훨씬 뛰어넘는 1억5000만 엔(약 16억6700만원)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가와이 부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자민당 내에서도 이 자금을 매수에 유용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논란이 일자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에선 정치 자금을 엄격한 룰로 운용하고 있다고 안다"면서도 "앞으로 한층 더 자세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당이 설명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후폭풍은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정치권에선 아베 총리가 구상하던 중의원 해산 전략 등 정계 개편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 등은 연내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 실시를 아베에게 건의했다. 이를 토대로 9월 중 내각 개편, 당역 인사를 단행하고 중의원 해산을 한다는 밑그림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 소장 의원은 요미우리에 "(가와이) 부부 문제로 비난이 쇄도하면서 당비 징수조차 어렵다"며 "중의원 선거를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심이 돌아선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소리다. 이 경우 아베 정권의 숙원인 개헌도 물 건너가게 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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