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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줄줄이 문여는 스타트업 '허브'…이쯤이면 실리콘밸리?

중앙일보

입력

하반기 서울 시내에는 창업가들을 돕는 스타트업 시설이 줄줄이 문을 연다. 지난 6일 성수동의 '서울창업허브 서울'을 시작으로 공덕동에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허브 '프론트원'이 이달 초 문을 열어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성 창업가들을 위한 보육공간부터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공간이 곳곳에 생긴다. 이쯤되면 서울도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을까.

무슨 일이야?

스타트업 허브는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각종 지원 정책을 제공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센터다. 정부와 민간 기관들은 젊은 청년 기업인들의 창업을 독려하며 앞다퉈 이런 공간을 세우고 있다. 규모와 시설만 놓고 보면 미국·유럽이 부럽지 않다.
·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하는 '프론트원'은 지상 20층, 연면적 3만 6259㎡ 규모다. 2017년 프랑스 정부가 '세계 최대 스타트업 허브'라며 파리에 문을 연 '스테이션 F'보다도 더 크다. 네이버도 입주한 스테이션 F는 유럽에서 스타트업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달초 서울 공덕동에 문연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허브 '프론트원'. 이 건물에는 스타트업 100여개사, 벤처캐피탈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이달초 서울 공덕동에 문연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허브 '프론트원'. 이 건물에는 스타트업 100여개사, 벤처캐피탈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 프론트원에는 국내 스타트업 100여 곳이 입주를 했거나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롯데액셀러레이터 등 벤처캐피탈(VC)도 이 건물에 들어온다. 스타트업계 종사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 세미나실,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스타트업 백화점' 같은 느낌이다.
· 9월 대방동에 생기는 '스페이스 살림'에는 여성 스타트업을 위한 자녀 보육 공간, 매장, 카페 등이 들어온다. 양재동의 'AI 양재 허브'는 인공지능(AI) 기술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이 될 전망이다.

새로 문여는 서울시내 스타트업 허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새로 문여는 서울시내 스타트업 허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침체기에 빠진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선 새로 생기는 스타트업 허브가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스타트업 집적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 '서울창업허브 성수'가 선발한 스타트업들은 2년 간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 사무실 이용료는 한 달에 ㎡당 6000원이다. 사무실이 50㎡(약 15평) 크기라면, 월 30만원 수준.
·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사업 공간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이스 살림'에 입주를 지원한 한 여성 창업자는 "코로나19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비슷한 사정인 회사들이 많아 입주 경쟁률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공간도 공간이지만, 스타트업 허브엔 업계 종사자들이 한가득 모이는만큼, 인맥을 쌓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기회도 늘어난다. 프론트원은 420억원 규모의 '프론트원 펀드'를 조성해 상당 금액을 건물에 입주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공간도 확보하고, 투자도 받고, 일석이조의 기회다.

더 알면 좋은 점 

혁신성장의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와 젊은 동력이 필요한 지자체들도 창업 공간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서울시 각 자치구도 스타트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중구는 을지로4가에 3D프린팅·VFX(시각적 특수효과) 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을지유니크팩토리'를 9월 중 개관한다. '소셜벤처 밸리'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는 성동구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성수'가 지난달 문을 열었다. 소셜벤처 기업들의 온라인 콘텐트 제작을 지원한다.
· 인천 송도시에는 오는 10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인천시, 신한금융그룹 등이 손잡은 '인천 스타트업파크'가 개관한다. 중기부는 연내 인천 외에 지자체 두 곳에 스타트업 파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 서울시는 일할 공간 뿐만 아니라 거주할 집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다음달부터 "창업가들이 창업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창업가 230여 명에게 셰어하우스 등 주거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만 늘어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물리적으로 허브가 생기는 것에 그치면 안 되고 스타트업 허브에서 생태계의 다른 플레이어들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다른 스타트업과의 정보 교류, 투자자와의 연계, 적절한 정책적 뒷받침 등이 뒤따를 때 종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전반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