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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위탁부모인데 아이 여권 발급 가능할까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98)

가정위탁제도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 아이와 부모는 어떤 관계인가요. [사진 pixabay]

가정위탁제도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 아이와 부모는 어떤 관계인가요. [사진 pixabay]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린 여자아이와 함께 와서 늦둥이라고 생각했더니 가정위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가정위탁이란 제도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마음을 다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아이를 키우기는 하지만 부모가 아니라서 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럼 친구와 아이는 어떤 관계인가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사정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을 키울 수 없을 때 일정 기간 위탁가정에서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동복지제도입니다. 일정 기간 친부모를 대신해 키우는 제도이니 처음 만나는 타인의 가정뿐만 아니라 부모의 이혼 등으로 친조부모나 외조부모, 부모의 형제들이 양육하는 경우도 위탁가정에 포함됩니다. 부모가 사망해 조부모나 부모의 형제들과 같이 생활하는 경우 친권자가 없으니 자연스레 후견인이 선임되어 아동에 대한 친권의 공백이 없습니다. 문제는 친권자는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데, 위탁부모는 후견인이 아니라서 아이를 위한 법적, 행정적인 영역에서 불편이 있는 때입니다.

위탁부모는 아이를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행정서류를 발급받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개설하거나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복지급여를 받을 예금 통장을 만드는 것, 여권을 발급받는 것은 제도적인 지원이 없는 한 어려울 것입니다.

위탁부모가 아동의 후견인이 되면 이런 일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는 친권자의 친권이 건재하는 한 위탁부모가 후견인이 되겠다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견인이 되기 위해 친권자에 대한 친권상실이나 친권의 정지 신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탁부모는 아이들을 위한 행정서류를 발급받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개설, 복지급여를 받을 예금 통장을 만드는 것, 여권을 발급받는 것은 제도적인 지원이 없는 한 어려울 것입니다. [사진 pexels]

위탁부모는 아이들을 위한 행정서류를 발급받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휴대전화 개설, 복지급여를 받을 예금 통장을 만드는 것, 여권을 발급받는 것은 제도적인 지원이 없는 한 어려울 것입니다. [사진 pexels]

민법은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녀, 자녀의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정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친권상실을 청구하는 부모 외에 연락이 되는 친족이 있으면 비교적 쉽게 심판 청구를 할 수 있겠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나서서 이런 청구를 해 주면 좋으련만 아동이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한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결국 자녀가 직접 친부모를 상대로 친권상실의 청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 자녀가 얼마나 될까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여권이 필요한데, 부모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부모를 상대로 친권상실을 청구하겠다는 자녀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후원금이 지급되는 예금통장을 해약하고 후원금을 가져가는 부모를 보면서 위탁부모만 애달파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저는 미성년후견제도도 성년후견제도처럼 맞춤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행위능력에 전혀 제한을 주지 않는 특정후견제도와 같이 친권에 제한을 주지 않으면서도 일회적인 또는 반복적인 행정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는 미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길 희망합니다. 그렇게 되면 친권상실청구가 부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괴로워하는 아동들이 줄어들고, 위탁부모도 아동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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