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검언유착’ 네 글자를 모든 의혹을 부정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번엔 정치인 출신 추미애 장관이 꺼내 들었다. 추 장관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바탕으로 쓴 기사를 '검언유착'으로 몰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장관 아들의 군 생활에 관해 언론에 제보한 사람들은 "내가 검사가 돼버렸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 아들 의혹 보도에 "검언유착 심각"
추 장관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2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지난 1일 출석한 추 장관이 아들 서모(27)씨에 대한 의혹에 대해 답변하는 장면이다. 추 장관은 “아이가 굉장히 화가 나고 슬퍼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아들의 신상 문제가 언론에 미주알고주알 나가는 것에 대해 정말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또 한 번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검언유착으로 아들의 신변까지도 낱낱이 밝히는데 참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이 법사위에 출석해 '검언유착'을 언급한 1일은 마침 본지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보도한 날이다. 추 장관 발언을 지켜본 본지의 제보자이자 서씨의 군 동료인 A씨는 "졸지에 내가 검사가 돼버렸다. 답답하다”고 황당해 했다. 그는 “예상은 했지만 의혹 당사자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 식으로 답변을 피해간다”고 말했다.
제보자 A씨, "내가 검사냐, 답답할 뿐"
A씨는 추 장관의 발언 직후 자신의 SNS에 “검언유착 부존(不存·존재하지 않음)의 실질사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언론이 자신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 중 본인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다른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검언유착이 실존하는 개념이었다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내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같아야 한다"며 "보도와 진술한 내용이 엄연히 다른 데, 추미애 장관께서 틀린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서씨와 함께 군 복무를 한 또 다른 병사 역시 본지에 A씨의 제보를 뒷받침하는 말을 전했다. 이처럼 추 장관 아들 의혹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는 검찰과의 유착이 아니라 수많은 제보를 근거로 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정확한 해명을 회피한 채 검찰의 언론플레이로 몰아가면 의혹의 본질 자체가 옅어진다. A씨도 “추 장관이 의혹의 핵심인 아들의 휴가 연장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는 걸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정치인들이 불리하다 싶으면 검찰과 유착했다면서 몰아가는 형국"이라며 "안 그래도 검찰 조직이 위축된 상황에서 검찰이 하지도 않은 일을 검찰 탓으로 돌리는 건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