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앉아 베토벤 듣기, 티켓 10만원에도 '대기 번호'

중앙일보

입력 2020.07.08 11:01

업데이트 2020.07.08 11:39

하우스콘서트의 5월 공연 모습. 이달 공연에서도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해야하고 발열체크 등을 해야 한다.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하우스콘서트의 5월 공연 모습. 이달 공연에서도 관객은 마스크를 착용해야하고 발열체크 등을 해야 한다.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3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13시간짜리 공연이 열린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을 오전 11시부터 밤 12시까지 피아니스트 32명이 연주할 예정이다. 쉬는 시간은 따로 없다. 대신 30분씩 두 번 피아노 조율하는 시간만 있다.

이 공연의 기획자는 더하우스콘서트의 박창수 대표. 2002년 서울 연희동 자신의 집 거실에서 시작해 대학로로 옮기며 매주 1회 바닥에 앉아 듣는 하우스 콘서트를 연 기획자다. 이후 ‘하우스 콘서트’는 하나의 보통명사가 됐다.

박창수 [김신중/더하우스콘서트]

박창수 [김신중/더하우스콘서트]

하우스콘서트를 이끌어온 박창수표 ‘미친 짓’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엔 전세계 28개국에서 공연 참가자를 모아 온라인으로 하루 20여 편, 한달 614편을 올린 적도 있다. 2018년과 지난해엔 24명의 연주자와 24시간짜리 공연도 했다.

올해는 탄생 250주년인 베토벤을 중심으로 이달 내내 매일 저녁 공연을 열고 있다. 피날레인 31일 공연이 13시간짜리다. 한 자리에서 베토벤의 모든 피아노 소나타를 각기 다른 피아니스트가 연주한다는 점에서 하이라이트다. 피아니스트 이경숙·최희연·임주희·문지영·박종해·김준희 등 32명이 참여한다.

7일 박창수 대표에게 ‘까칠하게’ 물었다. 왜 이런 공연을 만들었는지.

13시간짜리 공연을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원래 하우스콘서트는 관객이 150명까지 들어오는데 31일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70명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매진됐고 현재 취소표 대기 인원이 24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이 최소 50명은 될 것 같다. 띄엄띄엄 전곡을 연주하는 경우는 있어도 32개 소나타를 한 자리에서 들을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더하우스콘서트의 7월 공연은 티켓 가격이 모두 3만원(고등학생 이하 1만5000원)이지만 31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공연은 10만원이다. 31일 공연을 제외한 30번의 공연은 좌석을 50석으로 더 줄였다.

왜 꼭 한 자리에서 다 들어야 하나.
“32개 소나타를 다 듣는다는 건 베토벤의 전생애를 한 호흡으로 읽어보자는 거다. 하루에 하는 게 효과적이다.”
피아니스트 4~5명에게 32곡을 나눠서 연주하도록 했어도 되지 않나. 왜 32곡을 전부 다른 피아니스트에게 맡겼는지.
“각 번호마다 어울릴 피아니스트를 세팅했다. 이건 연주자의 색이 아니라 작곡가의 색이 드러나도록 하는 공연이다. 곡마다 다른 연주자가 쳐야 객관적으로 베토벤의 색깔이 보인다.”
마지막 피아니스트는 자정 즈음에야 연주하게 된다. 가능할까.
“마지막 피아니스트는 박종해(30)다. 어제도 하우스콘서트를 보러 왔다가 밤 늦게까지 머물면서 피아노 치고 ‘놀다’ 갔다. 어려울 것 같진 않다.”
왜 꼭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어야 했나.
“전 생애에 걸쳐서 쓴 곡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현악4중주를 하고 싶었다. 다 다른 연주자에게 맡기려면 16팀이 필요한데 고르게 좋은 팀을 구할 자신이 없어서 피아노로 선택했다.”
금요일 오전부터 공연이라 직장인이 가기 쉽지 않다.
“20% 정도가 연차를 내고 온다고 한다. 그래서 50명쯤은 끝까지 볼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유튜브로도 생중계하고 나중에도 다시 볼 수 있다.”
코로나 19로 공연이 대부분 취소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례적인 대형 프로젝트다.
“한달동안 총 196명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그런데 연주자들의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르다. 무대와 관객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지고 소중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게 보인다. 32개 소나타 중 첫번째 곡을 연주하는 문지영씨는 원래 뒷 번호였는데 같은 날 저녁 인천에서 공연이 있다고 해서 1번으로 바꿨다. 연주 끝나자마자 바로 인천으로 달려간다. 연주자들에게 무대가 그렇게 소중하다. 또 좌석 띄어앉기를 통해서 관객 간 거리를 1m 이상 떨어뜨릴 수 있었다. 그래도 걱정 되시는 분은 한 달 내내 열리는 모든 공연을 유튜브 생중계로 볼 수 있다.”

 더하우스콘서트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THEHouseConcert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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