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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정은, 탈북 국군포로에 2100만원씩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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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탈북 국군포로들의 김정은 손해배상 청구 어떻게 계산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탈북 국군포로들의 김정은 손해배상 청구 어떻게 계산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6·25전쟁 때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했던 전직 군인들이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원고들은 배상금 확보를 위해 북한에 보내는 저작권료 중 일부를 압류하겠다고 밝혀 남북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탈북 2명 북한 상대 소송 첫 승소 #강제노역 등 위자료 1인당 6억 주장 #김일성 책임 김정은 상속분 계산 #원고측, 북한 저작권료 압류 계획

이번 판결은 ‘한국판 웜비어’ 사례라 할 수 있다. 2015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 5억114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이 전 세계에 은닉한 자산 추적에 나서 일부 대금을 받아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한모(86)씨와 노모(90)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21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한씨 등은 “포로가 되면서 정전 후에도 국내로 송환되지 못하고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며 지난 2016년 10월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은 각각 2000년과 2001년 북한을 탈출했다.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뒤 탈북한 국군포로 한모씨(오른쪽)와 변호인단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박선영(전 국회의원) ‘물망초 국군포로 송환위원회’ 이사장. [뉴스1]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뒤 탈북한 국군포로 한모씨(오른쪽)와 변호인단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박선영(전 국회의원) ‘물망초 국군포로 송환위원회’ 이사장. [뉴스1]

이 소송은 북한 측에 소장을 전달할 방법이 없어 3년 가까이 진행되지 못하다가 법원이 지난해 5월 공시송달을 명령하면서 진척을 보기 시작했다. 공시송달은 소장 전달이 어려운 소송 당사자가 있을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관련 사실을 게시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한씨 등은 당초 50년 가까운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6억원을 책정했다. 다만 당시 통치자였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된 배상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이 책임져야 할 배상액은 상속 비율에 따라 2246만원으로 산정했고, 이 중 2100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북한의 항소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소송을 주도한 ‘물망초 국군포로 송환위원회’는 “북한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 최초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은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에 보내는 저작권료를 압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문협은 2005년부터 조선중앙TV 영상 등 북한 저작물을 사용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지급해 왔다. 대북 제재 직전인 2008년까지 8억원 정도를 송금했고, 그 뒤로는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 왔다. 2018년 5월까지의 공탁금이 16억5200만원이며 지금은 2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원고 측 구충서 변호사는 “이날 판결을 근거로 법원에 민사집행 신청을 내 공탁금에 대한 채권 압류와 추심 명령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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