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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전 그때처럼 손 잡고 눈 감았다…코로나도 못 막은 사랑

중앙일보

입력

미국 캔자스주의 개리 소프너와 샌디 소프너 부부가 코로나19 감염으로 병동에 나란히 입원한 채 손을 잡고 있다. 이들은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어 눈을 감았다. [CNN 캡처]

미국 캔자스주의 개리 소프너와 샌디 소프너 부부가 코로나19 감염으로 병동에 나란히 입원한 채 손을 잡고 있다. 이들은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어 눈을 감았다. [CNN 캡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병실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손을 잡게 됐죠. 그렇게 두 분이 돌아가셨어요."

52세 아들은 노부모를 한꺼번에 떠나보냈습니다. 하지만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원하는 대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냈고, 함께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미국 텍사스주의 팀 타플리라는 남성이 CNN 등에 전한 평범한 부부의 특별한 '러브스토리'입니다.

[영상]인생도, 임종도 함께한 미국 노부부들

커티스 타플리(79)와 베티 타플리(80) 부부는 올해로 결혼 53년차입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낸 거죠.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웠고, 평생 손을 놓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인생의 황혼에도 그들의 사랑은 변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단단해졌죠.

미국 텍사스주의 커티스 타플리와 베티 타플리 부부의 생전 다정했던 모습. [페이스북 캡처]

미국 텍사스주의 커티스 타플리와 베티 타플리 부부의 생전 다정했던 모습.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그들을 찾아왔습니다. 고령의 부부는 지난달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서로 다른 병실에 누워 지내야 했습니다. 치료를 위해 애썼지만, 기력은 자꾸만 떨어졌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예감한 걸까요. 베티가 먼저 아들을 불러서 '갈 준비가 됐다'고 알렸습니다. 다음은 커티스 차례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머니 상태를 물어보셔서 '내일을 넘기지 못하실 것 같다'고 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한순간, 당신께서도 눈을 감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달 18일 다른 병실에 있던 베티가 남편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커티스는 부인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애써 몸을 돌렸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팔짱을 낀 두 사람은 마지막 숨을 거두었습니다. 베티가 먼저 떠났고, 커티스는 30분 뒤 따라갔죠.

"두 분은 여행을 좋아했어요. 이제 두 분의 이야기가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네요. 지난 몇주 동안은 가장 좋은 시간이었고, 가족 관계도 최고였습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레오 베런과 안나 베런 부부가 생전 입을 맞추는 모습. [CNN 캡처]

미국 뉴햄프셔주의 레오 베런과 안나 베런 부부가 생전 입을 맞추는 모습. [CNN 캡처]

미국 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생을 해로한 노부부가 함께 세상을 뜨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햄프셔주의 또 다른 노부부도 이틀 차이로 함께 세상을 등졌는데요. 58년간 함께 한 부부는 알츠하이머 치매도, 코로나19도 비슷한 시기에 걸렸습니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그들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지만 서로를 위한 마음은 잃지 않았습니다.

딸 린다 베론은 부모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에게 사랑과 위안을 느꼈습니다. 결혼 후 58년간 사랑했던 사람 옆에서 함께 잠드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마지막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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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주의 개리 소프너와 샌디 소프너 부부도 5월 중순 나란히 코로나에 감염됐습니다. 이들은 하루 차이로 삶과 이별을 고했습니다.

자녀가 코로나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나란히 손을 잡은 채 입원한 부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이 올라간 다음 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떴고, 아내는 그 다음날 숨을 거뒀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달았지만 미소를 잊지 않고 손을 맞잡은 사진처럼….

#코로나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이야기,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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