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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 숙소서 곧장 무대로" 코로나 중 열리는 대관령음악제

중앙일보

입력

7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제 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개최 방식을 설명하는 손열음 예술감독. [유튜브 캡처]

7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제 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개최 방식을 설명하는 손열음 예술감독. [유튜브 캡처]

베토벤은 죽음을 한 해 앞두고 쓴 현악4중주 16번의 마지막 악장에 이런 메모를 적었다. ‘Mus es sein?’(그래야만 하는가?) ‘Es mus sein’(그래야만 한다) 설명이 없는 이 메모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말년에 돌아보는 삶에 대한 것이었을 수도, 집착에 가깝게 아끼던 조카의 자살 미수 소동에 대한 생각이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하녀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문자답이라는 추측까지 나왔지만 베토벤의 삶에 대한 통찰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손열음 예술감독 "이달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이달 22일 시작하는 제 17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 손열음은 이를 “삶 전체에 통하는 문구”라고 결론내리고 '그래야만 한다'를 올해 음악제의 주제로 정했다. 7일 온라인으로 공개한 Q&A에서 손 감독은 “하필 2020년에 처한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베토벤이 쓴 문구의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음악제 기간에 열리는 공연들의 주제는 베토벤이다. “베토벤의 음악인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 가장 큰 위로로 다가올 수 있다. (코로나 19로) 어렵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항상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을 가졌고, 평화와 승리를 노래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평창대관령음악제.

손 감독은 “올해도 지난 2년처럼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를 꾸렸고 베토벤 교향곡 중 다섯 곡을 연주한다”고 전했다. PFO는 해외의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단원을 중심으로 만든 오케스트라로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하고 있다. 올해는 아드리앙 페뤼숑, 정치용 등이 PFO를 지휘한다.

이밖에도 오케스트라 주자가 중심이 되는 실내악 무대를 포함해 총 9번의 메인 콘서트가 기획됐다. 손 감독은 “그 중에서도 6번 ‘전원’ 교향곡이 평창에서 울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25일 오후 7시 30분 뮤직텐트에서 계획된 공연을 추천했다.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음악제로 기록된다. 예년에는 2주 동안 하루 평균 2차례 공연이 열렸지만 올해는 주말에만 한 차례씩 계획됐다. 손 감독은 “구상안을 수백번 변경한 후 개최를 결정햇다”며 “기다리는 분이 정말 많았고 문의 전화도 많았다.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제는 거리두기를 준수해 진행한다. 객석은 3분의 1만 채우고 무대 위 연주자들도 거리를 둔다. 손 감독은 “무대 뒤 대기실도 사용을 하지 않고, 연주자들도 호텔 객실에서 바로 무대에 올라가도록 동선을 계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제는 이달 22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내의 뮤직텐트에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으로 첫 공연을 하고 25ㆍ26일 주말에 이어 다음 달 8일까지 뮤직텐트와 알펜시아 콘서트홀, 강원도 일대의 무대에서 열린다.

또 주목할 만한 무대는 다음 달 8일의 폐막 공연. 손열음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PFO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연주회용 아리아 ‘아, 배신자여’(소프라노 이명주)를 연주한다. 1808년 베토벤이 직접 출연해 피아노 협주곡 4번, 합창 환상곡 c단조, 교향곡 ‘전원’ ‘운명’,‘아, 배신자여’, 장엄미사 중 일부까지 연주한 4시간짜리 마라톤 연주 중 일부를 재연하는 것이다. 손 감독은 “당시의 역사적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코로나 19로 여러 구성이 변경돼 가장 핵심적이었던 세 곡만 남겼다”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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