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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가구1주택' 공약 윤호중, 본인은 안팔고 아들 증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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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김경록 기자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김경록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포 사수’ 불똥이 더불어민주당에도 번지고 있다.

아들에 북가좌동 3억대 집 증여 #당내서도 “공약 본래 취지와 달라” #민주당, 내달 의원 재산신고 대비 #이달 다주택 점검 후 조치하기로

대표적인 이가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배우자 명의로 되어있던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소재 다세대주택 1채(41.49㎡·공시지가 1억2400만원, 시세 3억중반)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 다세대주택을 포함해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아파트 1채와 오피스텔 1채를 가져 3주택자였던 윤 총장은 이로써 2주택자가 됐다. 윤 총장은 오피스텔 1채도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매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에선 "증여는 매각하라는 본래 취지와 다르지 않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당 내에서 윤 총장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까닭은 그가 4·15 총선에서 총선기획단장과 공천심사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당시 윤 총장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서약서를 받았다. "민주당 후보는 당선될 경우,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 시 2년 안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1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매각한다."

즉 "실거주 아닌 주택은 팔라"는 노 실장의 강력한 권고처럼 윤 총장 역시 다주택자의 매각을 민주당에서 주도했다. "본인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의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게 코미디 아닌가" "청와대에 노영민이 있다면, 민주당엔 윤호중이 있다"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은 6일 중앙일보와 문자 연락에서 “장인이 손자(장남)에게 주겠다고 한 것을 (절세가 가능한) ‘세대생략증여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아들이 직업을 갖고 증여세를 부담할 때까지 아내가 소유했다”며 “재작년 아들이 결혼해 취업하게 되어 증여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9월엔 경기 구리시 인창동 소재 상가(복합건물) 한 채(85.95㎡)를 4억7000만원에 매입해 총선 기간 선거사무실로 쓰다가 현재는 임대를 놓고 있다. 현재는 2주택, 1상가 소유자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박주민 최고위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의 방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집을 파는 의원도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주택 1채와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1채를 보유했던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총선 직후 종로 소재 주택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팔라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손해를 좀 보고 팔았다”고 했다.

3주택자였던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서울 중랑구 아파트 한 채를 올해 초 팔았다. 서 의원은 “남은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는 제가 거주하고, 또 한 채는 연로하신 시부모께서 지내신다. 사실상 실거주”라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 ‘다주택자’ 의원은 당의 향후 조치를 지켜보겠다며 눈치를 보고 있다. 수도권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한 의원은 “최근 1채를 부동산에 내놨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값을 낮춰서라도 팔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생각까진 없다”고 했다.

당내 의견은 갈린다. “공적인 일을 한다면 당연히 자기 이익을 내세우면 안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호남 초선 의원)는 당위론과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닌데, 일괄적으로 파는 게 맞느냐”(수도권 재선 의원)는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중 조기점검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하는 21대 국회 의원 재산신고가 나오기 전까지 방치했다가는 자칫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노 실장으로부터 촉발된 여론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며 “실거주 여부와 보유 정황 등을 살핀 뒤, 경우에 따른 '맞춤형' 매각 유도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4·15총선 당시 재산신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배우자 포함) 중 다주택자는 88명(29%)이었는데 이 가운데 민주당은 43명이었다. 3주택 이상자는 민주당이 10명으로 미래통합당(5명)보다 많았다.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지역구 출마 후보 475명에게 재산신고·2주택 이상 시 매각 서약을 받았지만 더불어시민당 소속이었던 비례대표 후보자에겐 이를 받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 장관을 불러 부동산 폭등에 대한 특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집값 불안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다.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입장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 장관을 불러 부동산 폭등에 대한 특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집값 불안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다.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입장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당은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입법 드라이브’에 나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아파트 투기나 갭투자에 대해 단호하게, 그리고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구입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가 조금 더 늘어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당정은 보유세 ·거래세 과세를 강화해 다주택자와 투기성 매매자에게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다주택자 등 투기성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은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동산으로 쏠린 투기 자금을 기업의 생산을 위한 투자자본으로 이끌겠다"면서 금융 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알려왔습니다
본지는 지난 7월 7일자 『‘1가구 1주택’ 공약 주도 윤호중, 본인은 안 팔고 아들 증여』라는 제목으로 윤호중 사무총장이 민주당 후보의 1주택 외 다른 주택 매각 공약을 주도했지만, 본인은 안 팔고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민주당의 1가구 1주택 외 매각서약은 2020년 1월 진행된 사안이나, 해당 증여는 2019년 진행되어 동년 11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증여한 주택은 당초 장인 소유의 약 12.5평 연립주택으로 외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증여하고자 한 것으로 증여세 납부 등 증여절차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반론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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