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정부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구분이 급선무

중앙일보

입력 2020.07.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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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보름 이상 지나면서 시장과 전문가들의 평결은 내려졌다.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찼다” “현금 부자만 집 사란 말이냐” “허가받아야 집 사는 게 위헌 아니냐”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비슷한 내용의 비판을 반복하기보다는 21번의 대책들이 왜 하나같이 실패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모색해보려 한다.

투기 대책, 전국민 투기꾼 만들어
실수요와 투기 구별 발상 버려야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성장 초기부터다. 60년대는 토지가격이 이슈였는데, 정부는 투기를 억제하여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1967년에 부동산투기억제세를 도입하였다. 이 세제는 누가, 어떤 토지를 얼마나 보유하면 투기인가를 일정한 기준으로 판정하고 중과세하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투기꾼과 투기 부동산을 가려내 제재를 가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부동산 정책의 ‘박정희 패러다임’은 이후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됐다. 초기에는 대기업의 토지 보유를 겨냥하다가, 공개념 제도를 도입할 때는 유휴토지를 문제 삼았다. 참여 정부와 이번 정부는 다주택, 고가주택, 재건축 아파트, 그리고 소위 ‘갭투자’ 모두를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달라져 왔다.

반세기 동안 지속하면서 물과 공기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박정희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동산은 자산이고 자산가격은 변동한다.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수요가 늘고, 내릴 것 같으면 수요가 줄어든다.

그 부동산을 직접 쓸 실수요자라고 해서 가격이 내릴 부동산을 사지는 않는다. 따라서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자를 구별한다는 발상은 성공할 수 없다.

각종 세법과 규제 관련 법령에 복잡하게 규정된 판정 기준들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으면서도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투기 억제 대책들의 약효가 평균 두 달 정도에 그쳤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정부는 투기 억제의 그물코를 좁히고 또 좁혀서 모두 잡아낸다는 일념으로 부동산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 국민이 낚여 올라오는 양상이다. 그중 상당수는 정부가 지원하고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다. 특히 어렵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젊은 부부들이 6·17 대책의 직격탄을 맞았다.

어떤 나라, 어떤 시대에서든 주택은 비싸다. 내 집 마련의 구체적인 경로는 사회적·개인적 여건과 전망에 따라 수십 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목돈이 부족한 많은 젊은 부부들이 전세를 끼고 먼저 집을 사고 나중에 보증금을 갚아 입주하는 경로를 활용했다. 땀과 눈물이 어린 내 집 마련 노력을 갭투자라고 깎아내리면서 제재를 가하는 대책은 주택정책의 존재 이유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제는 주택정책의 방향성조차 모호해졌다. 투기꾼 벌주기라는 성공할 수 없는 목표가 먼저인지, 주거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목표가 먼저인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 복지에 집중하는 한편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 내 집 마련에 나선 중산층에게 하루라도 빨리 완벽한 인프라를 갖춘 3기 신도시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고소득층은 지원할 필요도 없지만 간섭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재건축 등으로 서울 강남의 고가주택이 더 비싸지면 그 파급효과가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지역별·유형별·가격대별로 세분돼 있고 각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르다. 강남의 30억원 짜리 주택이 40억원이 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 3억원짜리 주택이 4억원이 되지 않는다. 실효성 없는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계층별 맞춤형 주거 지원에 주택정책의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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