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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시작한 서훈 안보실장, 지미파 김현종ㆍ최종건 공간 커지나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 유연상 경호처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 유연상 경호처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연합뉴스

서훈 신임 청와대 안보실장이 6일 실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 내부 직책에 대해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임명장 수여식을 하지 않는다. 내부 발탁 케이스인 유연상 경호처장 임명식 정도가 예외다. 청와대에서 서 실장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인 건 이날 오후 2시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의 왼쪽에 마스크를 낀 채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면 ‘서훈-박지원-이인영’이라는 문 대통령의 새 외교·안보 참모진이 본격 가동된다. ‘정의용-서훈-통일부 장관(조명균-김연철)’의 1기 라인과 비교하면 ‘대북 맞춤형’ 라인업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주미 공사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지낸 정의용 전 실장의 빈자리를 자주파라 할 수 있는 박지원ㆍ이인영 후보자가 채워서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1기 청와대 참모진에 북한 전문가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면, 2기는 미국과의 소통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김현종 안보실 제2차장이나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에게 주문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종(컬럼비아대 정치학) 차장과 최종건(로체스터대 정치학과) 비서관 모두 미국에서 학부와 박사 학위를 딴 ‘지미(知美)파’로 통한다.

흔히들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하다”는 김 차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언쟁을 벌였다”는 등 각종 ‘설(說)’에 휩싸이며 입길에 오르내렸지만, 최근엔 잠잠한 편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에서 강경 흐름을 주도했고, 결과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 속에 문 대통령의 신임도 크다고 한다.

지난달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유명희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한 통상 전문가인 그가 지난해 2월 외교ㆍ통일 정책을 담당하는 2차장에 발탁됐을 때부터 남북의 경제협력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김 차장보다 직급은 낮지만, 최 비서관을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정 전 실장이 사임할 때,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삶을 크게 변화시킨 스승 같은 분”이라고 썼다. 게시글에 단 해시태그는 #나의_스승과 #작심(作心·뜻은 ‘마음을 단단히 먹음)이었다.

최근 안보 이슈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최 비서관의 흔적이 종종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간 안보’ 개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오늘날의 안보는 재난, 질병, 환경문제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 안보’로 확장됐다. 남과 북도 인간 안보에 협력해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간 안보'의 개념을 청와대에 끌어온 게 최 비서관이라고 한다.

인간 안보는 다소 생경하고 학술적인 탓에 이후 묻히다시피 했다. 하지만 6일, 2기 안보라인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처음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토론 안건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간 안보 중심의 국제협력 추진’이 다뤄지면서 재등장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과 최 비서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의 학맥으로 얽혀있다. 김 원장은 학부를 나왔고, 석사를 한 최 비서관은 청와대에 오기 전까지 교수였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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