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우리 아이 산만해" 이거 꼭 나쁜 기질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0.07.06 16:00

[더,오래] 손민원의 성인권이야기(37)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성격 유형 검사의 하나인 MBTI 검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중 가수 비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인 ESFP 유형으로 결과가 나왔다.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고, 그걸 좋아함. 혼자 있으면 지루해서 뭔가를 계속하고 있어야 함. 아무리 걱정되는 일이 있어도 조금 고민하다 잠이 든다’고 이 성격 유형에 대한 특징을 설명했다. 이것을 본 비는 “어 어떻게 알았지!”라면서 자신의 특성을 맞히는 것을 신기해했다. 비는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개발하고 살려내 자신이 꿈꾸던 분야에서 성공한 좋은 예라 생각한다.

‘성격’이라는 것은 보통 기질(물려받은 특질)과 후천적으로 배운 사회적·교육적 습관 등이 결합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긍정적 훈육을 하면서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한 가지는 자녀가 지닌 ‘기질’이다. 기질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오는 원재료라 할 수 있다. 인간은 모두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평균적인 사람이 없다. 각자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쌍둥이조차 가만히 놀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 같은 방식으로 놀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식당에 앉아 부모가 식사하는 동안 꼬깔콘을 줄 세우거나 손가락에 끼면서 놀다 지쳐 잠들기도 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수저와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아기 의자에서 나온다고 하고….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는 부모의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성격은 보통 '기질'과 후천적으로 배운 사회적·교육적 습관 등이 결합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긍정적 훈육을 하면서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한 가지는 자녀가 지닌 ‘기질’이다. [사진 Pixabay]

성격은 보통 '기질'과 후천적으로 배운 사회적·교육적 습관 등이 결합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긍정적 훈육을 하면서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한 가지는 자녀가 지닌 ‘기질’이다. [사진 Pixabay]

활동성이 많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새로운 사람·장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더 천천히 사람을 익히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다. 한 가지 일에 오래 몰두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새로운 것에 자주 옮겨 다니면서 몰두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도 있다. 감정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곧바로 표현하는 아이가 있고 속으로 삼키는 아이도 있다. 어릴 적에 수줍음이 많던 내가 어른이 돼서도 낯선 이를 만나는 게 항상 두렵고 심호흡이 필요한 것을 보면, 사람의 기질은 참으로 바뀌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특성으로 사람은 각자의 기질에 의해 한평생 세상을 받아들이고 느끼며 소화하는 것이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기질이 좋거나 혹은 나쁘고, 이상한 기질이라 할 수 있을까? 꼬깔콘을 줄 세우면서 놀고 있는 아이가 아주 훌륭하고, 가만히 있지 않고 부모의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덜 훌륭하다고 보아야 할까?

기질의 좋고 나쁨은 있을 수 없다. 꼬깔콘을 줄 세우며 조용히 놀던 아이는 그에 맞는 어떤 연구기관의 훌륭한 연구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끊임없이 움직이려고 한 아이는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었거나 앞서 소개한 인기 있는 연예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집중력이 뛰어나고,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맺으며, 사교적이고 적극적이며 인내심이 있는 자녀를 원한다.

“우리 집 아이는 좀 까탈스러워,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려, 우리 아이는 집중력이 좀 떨어져, 우리 아이는 산만해, 우리 아이는 인내심이 없어, 우리 아이는 생활이 불규칙해, 우리 아이는 뭐든 시작하고 끝을 맺는 게 없어….” 이렇듯 부모는 자꾸 자녀의 장점을 보지 않고 단점에 초점을 맞춘다. 이 모든 말은 훌륭한 허상의 어떤 자녀를 기준으로, 누군가와 비교해서 만들어진 부모들의 재단된 평가다.

우리 집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의 일이다. 학년 초 선생님과 면담하던 날이 생생하다. “아이가 너무 제 수업을 방해해 당황스러워요. 질문 시간에만 질문하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수업 중간에 자꾸 질문해 수업의 흐름을 깨거든요. 집에서 이 부분을 잘 교육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자주 질문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집에서 ‘언제든 너의 생각을 이야기하라’고 하는 교육방식이 잘못된 것일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3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은 같은 상황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가 질문이 많으니 수업이 활기차고 수업이 확장돼서 좋다.”

우리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곧 표출시키는 기질적 특성이 있는데,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부모와 자녀가 기질적으로 찰떡같이 잘 맞으면 좋겠는데, 만약 대립관계에 있다면 아이도, 부모도 모두 힘든 과정의 연속이 될 수 있다. 내 성장 과정을 기억해 보면 아이들은 일부러 부모나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아이들의 기질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 행동으로 인식하고 따뜻함과 구조화로 다가가기보다는 모욕과 체벌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

아이가 어떤 특성과 기질을 물려받았다 해도 주변 세계와 어떻게 교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양육자는 그 아이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 그 기질 위에 색칠을 잘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아이가 어떤 특성과 기질을 물려받았다 해도 주변 세계와 어떻게 교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양육자는 그 아이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 그 기질 위에 색칠을 잘 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그럼 ‘기질은 타고난 것이니 그냥 어쩔 수 없군’이라고 생각하고 말 것인가? 어떤 기질도 더 좋거나 더 나쁜 것이 아니다. 기질이라는 것은 모든 아이에게 긍정적인 요소이며 잠재된 가능성이다. 아이가 고집이 세다는 것은 다시 생각하면 끈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표현보다는 활발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소극적이라는 것은 조심스러운 아이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아이가 어떤 특성과 기질을 물려받았다 해도 주변 세계와 어떻게 교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양육자는 그 아이만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 그 기질 위에 색칠을 잘해야 한다.

좋고 나쁜 기질은 구분되지 않지만 어른이 만들어 놓은 현실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적응하기에 어려운 기질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가령 우리가 산만하다는 표현을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한 가지 일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잘 못 하는 기질적 특성이 있는 아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정해진 질서가 있는 곳에서 이 아이가 학급 구조와 기질이 조합을 이루지 못하면 학교도, 아이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때 양육자는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혼내면서 “왜 그러냐”고 하지 않고, 따뜻함과 구조화를 통해 자기 조절을 배우고 늘려나가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도울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아이와 나는 공통되는 기질이 있고 또는 너무 다른 기질이 무엇인지도 떠오를 것이다. 그럼 내 아이와 매일 지겹도록 부닥치는 문제를 한 가지만 생각해 보자. 그 문제가 혹시 당신과 아이의 기질적 다름으로 인해 나오는 문제는 아닌지? 혹 그렇다면 자녀의 기질을 일단 수용하고 자녀의 기질적 장점을 마음에 새기면서 어떻게 긍정적 변화를 만들지를 자녀와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성·인권 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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