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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父 "팀닥터, 딸 숙현이 극단선택 몰고갈 수 있다 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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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 사진 최선수 가족 제공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 사진 최선수 가족 제공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들의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가 "제2의 숙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고 말했다.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모씨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숙현이가)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왕따를 당했다' '힘들다'며 부모에게 문자와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가혹행위를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철인 3종 여자부가 남자부와 같이 생활하는데, 여자 선배가 남자 후배에게 '여자 선수들 때려라'라고 지시해서 숙현이가 남자 동료 선수에게 피멍이 들 정도로 맞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팀닥터의 가혹 행위도 폭로했다. 최씨는 "팀닥터가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는데, 그가 다른 남자 동료들에게 '(숙현이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동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부모들 사이에서 '팀닥터 돌팔이 아니냐'고 의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미국 유학파라고 사칭만 한 게 아니라 치료비 명목으로 돈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숙현이는 팀닥터에게 한 달에 100만원씩 임금하고 심리치료 목적으로 제가 50만원씩 2017년과 2019년에 두 번 입금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원인이 지지부진한 조사 때문이라고도 했다. 최씨는 "녹취록과 통장 거래 내역서도 제출했는데, '(가해자들이) 부인한다'며 숙현이를 정신적으로 압박한 것 같다"며 "내가 경주시청에 처음 민원을 제기했지만 2주 지나도 연락이 없더라. 트레이슬론 연맹은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긴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는 수년간 가혹행위 녹취록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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