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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30화. 끝없는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평범한 내가 알고 보니 이세계의 구원자라면

다채로운 환상으로 가득한『끝없는 이야기』속 모험은 주인공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키워준다.

다채로운 환상으로 가득한『끝없는 이야기』속 모험은 주인공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키워준다.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통통한 체격에 작은 키, 운동도 공부도 못하고 자신감도 없는 아이, 남들에게 놀림 받기 쉬운 아이였죠. 어느 날 짓궂은 아이들에게 쫓기다 한 서점으로 도망쳐 들어간 바스티안은 그곳에서 기묘한 책을 발견합니다. ‘끝없는 이야기’. 기묘한 문양이 그려진 그 책에는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어요. 자랑할 게 거의 없는 바스티안이었지만 그에게는 남들 못지않은, 아니 훨씬 많은 호기심이 있었죠. 자신도 모르게 바스티안은 그 책을 몰래 집어 들고 도망쳐 나옵니다. 그리고 학교 창고에 숨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죠.

그 책에는 환상계라는 이름의 독특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요정이나 괴물, 온갖 신비한 존재들이 살아가는 매우 흥미롭고 독특한 곳이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세계가 멸망해가고 있었던 것이죠.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세계는 점차 사라져 버리고 있었습니다. 무(無)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세상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종족은 제각기 대표를 뽑아서 환상계의 여신에게 전령을 보냈습니다. 여신이라면 어떻게 해 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바스티안은 그중 아트레유라는 소년에게 끌립니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지만, 훨씬 용기가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응원하고 싶어진 것이지요.

바스티안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트레유는 환상계를 떠돌며 여신을 찾아갑니다. 동료를 만나고, 적에게 쫓기고, 때로는 친구를 잃으면서…. 그때마다 바스티안은 가슴을 졸이며 아트레유를 응원했죠. 그 응원 덕분인지 아트레유는 여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신은 말하죠. ‘아트레유가 구세주를 데려왔다’고. ‘끝없는 이야기’라는 이름의 책, 그것은 바로 멸망해가는 환상계를 구원할 존재, 독자인 바스티안을 환상계로 안내하는 장치였던 것입니다. 과연 바스티안과 환상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독일 작가 미카엘 엔데의 작품『끝없는 이야기(Never Ending Story·네버 엔딩 스토리)』는 판타지 세계를 모험하는 얘기입니다. 우리 세계의 평범한 아이가 환상계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며 성장하는 얘기죠. 주인공 바스티안은 자신도 모르게 집어 든 책을 통해 환상계에 관심을 품고, 그 세계로 향하게 됩니다. 그는 타고난 상상력으로 환상계의 새로운 모습, 그리고 여신의 이름을 부르게 되죠. 그로써 사라져 가던 환상계는 새롭게 태어나 번영하게 됩니다. 환상계의 구세주, 바스티안은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환상계의 모든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는 힘이죠. ‘저 멀리 산이 있다’라고 말하면 그 순간 산이 생겨납니다. ‘공주를 납치한 용이 있다’라면 공주와 용이 생겨나죠. 그야말로 구세주, 세상의 창조주라고 할 만하죠.

마법과 신비가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로 향하여 영웅이 되는 이야기.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바랐을 상황. 바스티안은 어느새 ‘환상계의 왕’이라는 상황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를 잊어갑니다. 환상계의 힘에 몰입될수록 우리 세계의 학교나 친구, 가족과 같은 사실을 잊어버리고 마는 거죠. 하지만 바스티안은 모험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합니다. 바로 환상계에서 사귄 친구, 아트레유와 행운의 용 덕분이었죠. 그리고 환상계의 모험은 바스티안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버지와 화해하고, 바스티안이 한 발짝 나아가게 도와주었죠.

환상계의 매력에 빠져서 현실을 잊어버리는 주인공. 그것은 마치 게임이나 만화, 소설에 빠져버린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저도 판타지 소설에 빠져서 학교에 안 가는 자녀를 둔 어머님의 전화를 받기도 했죠. 아이들에게 놀림만 받던 바스티안이 ‘환상계의 왕’에 집착했던 것처럼 환상계의 이야기, 판타지 작품에는 힘든 현실에 고생하는 이들을 유혹하는 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판타지 이야기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습니다. 뭔가 쓸모 있는 지식을 주거나, 공부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끝없는 이야기』는 그 같은 경험이 절대로 쓸모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에 불과할지라도 이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키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서점 주인 코레안더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는 환상계로의 문이 얼마든지 있단다. 어떤 이는 이를 찾지 못하고, 어떤 이는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하지. 그리고 환상계로 갔다가 돌아오는 이들이 있지. 바스티안 너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양쪽 세계를 건강하게 만든단다.” 소설·만화·영화 그리고 게임, 언뜻 시간 낭비처럼 보이는 환상계로의 여정…. 하지만 이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닐까요? 물론 이를 위해선 ‘나에게 올바른 문’을 찾아야겠지만 말입니다.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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