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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소유주' 인민해방군?…美가 찍은 中기업 20곳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실상 중국군이 소유·지배하고 있다."

[CNAS 캡처]

[CNAS 캡처]

지난달 24일 미국 언론에 의해 공개된 미 국방부 문서에 담긴 핵심 내용이다. 문서엔 중국 기업 20곳 명단이 적혀 있다.

악시오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인민해방군이 소유 또는 지배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회사”라며 20개 중국 기업 리스트를 제출했다. 국방부가 이 같은 중국 기업 리스트를 의회에 제출한 것은 1999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미국 국방부가 정리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 중국 기업 20곳 리스트. [악시오스 캡처]

미국 국방부가 정리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유 중국 기업 20곳 리스트. [악시오스 캡처]

20개 기업은 어디일까. 분야별로 보면 항공·우주 산업(4곳), 군수산업(2곳), 전기·전자산업(2곳), 정보·보안산업(3곳), 통신(3곳), 철도(2곳), 조선(2곳), 원자력(2곳) 등으로 다양하다. 20곳의 면면을 간략히 살펴봤다.

중국항공공업(AVIC)그룹

[중국항공공업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항공공업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공군 전력을 담당하는 곳이다. 중국 공군 최신 전투기인 젠(殲·J)-20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J-15 전투기를 생산한다. 스텔스 드론(무인기), 폭격기 등을 주로 생산하는 군용 항공기 생산 업체다. 헬리콥터와 여객기, 수송기 등도 만든다.

중국군 최신예 전투기 J-20.[사진 위키피디아]

중국군 최신예 전투기 J-20.[사진 위키피디아]

여느 중국 국유기업과 비슷하게 기원은 정부 기관이다. 1951년 출범한 항공공업국이 전신이다. 93년 정부기관에서 떨어져 나와 공기업 형태의 중국항공공업총공사로 바뀌었다. 99년에는 중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제작사들을 통합해 중국항공공업 그룹 형태로 전환했다.

중국항천과기(CASC)그룹

[중국항천과기공사 홈페이지 캡처]

[중국항천과기공사 홈페이지 캡처]

지난 23일 중국 쓰촨성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3호 이(乙) 운반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중국항천과기 홈페이지 캡처]

지난 23일 중국 쓰촨성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長征)-3호 이(乙) 운반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중국항천과기 홈페이지 캡처]

우주로켓과 액체·고체연료 등 우주동력 기술, 위성, 우주선, 우주정거장 등을 우주항공 분야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지난달 23일 쓰촨성에서 중국이 자체 개발한 위성항법장치(GPS)인 베이더우(北斗)를 쏘아 올린 것도 바로 CASC의 로켓이다.

중국항천과공(CASIC)그룹

[중국항천과공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항천과공그룹 홈페이지 캡처]

방공망을 비롯해 대공미사일, 탄도미사일, 미사일이동발사대, 미사일 엔진 등을 미사일 관련 기술을 개발·생산한다. 중국의 탄도미사일과 로켓의 아버지 첸쉐썬(錢學森)이 1956년에 세운 중국 최초의 탄도미사일 연구기관인 국방부 제5연구원이 전신이다. 1980년대 중국 최초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위성 발사 등을 책임졌다. 최근엔 마하 10의 속도로 중국 본토에서 미국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미사일(IRBM) ‘DF-26’을 개발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무인기(드론) 개발도 활발하다. 차이홍(彩虹), 즉 무지개로 알려진 중국항천과공그룹유한공사의 무인정찰 및 공격기 CH 시리즈는 중동 시장에서 특히 환영을 받고 있다.

중국전자과기그룹(CETC)

[중국전자과기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전자과기그룹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군용 데이터시스템, 데이터 장비, 통신 장비,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출시한 '밀접 접촉 탐지' 앱 화면 [BBC 캡처]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출시한 '밀접 접촉 탐지' 앱 화면 [BBC 캡처]

지난 2월엔 코로나 앱으로 유명해졌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출시한 '밀접 접촉 탐지' 애플리케이션을 CETC가 개발했다. 이 앱은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 주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있었는지 확인해 준다.

중국병기장비(CSGC)그룹

[중국병기장비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병기장비그룹 홈페이지 캡처]

총기류 수류탄 등 경무기를 제작한다. CSGS의 자회사 중 한 곳은 중국 유명 자동차 업체 창안자동차(長安氣車)다. 창안자동차는 중국 독자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생산 및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했고 중국인이 가장 사고 싶어 하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중국병기공업(NORNICO)그룹

[NORINCO그룹 홈페이지 캡처]

[NORINCO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북방공업(China North Industries Corporation)이라고도 불린다. 탱크를 비롯해 유도탄, 미사일, 화포 등 중무기를 생산한다. 최근엔 대전차 미사일을 중동에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다. 최신 제품인 HJ-12는 미국의 재블린을 참고해 싸게 만들었다.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한국산 현궁과도 경쟁을 펼칠 정도다.

중국선박공업(CSSC)그룹

[중국선박공업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선박공업그룹 홈페이지 캡처]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순양함, 쾌속정, 수륙양용함정, 항공모함,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 중국제 배는 거의 이 기업이 건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업은 지난해 합병으로 생겼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자국 1·2위 국유 기업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CSIC)을 합병해 CSG로 출범시켰다.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CSSC의 점유율은 11.5%로 세계 2위, CSIC의 점유율은 7.5%로 3위였다. 두 기업의 연 매출은 2018년 기준 85조 원(5000억 위안) 이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중국핵공업(CNNC)그룹

[중국핵공업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핵공업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발전설비부터 핵무기 및 핵연료를 총괄하는 곳이다. 1988년 정부 핵공업부에서 공기업(핵공업총공사)으로 전환했다. 99년 정책기능은 정부(국방과학기술공업위)로 이관하고 사업 기능만 남겨 완전한 기업이 됐다.

중국광핵(CGN)그룹

[중국광핵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광핵그룹 홈페이지 캡처]

역시 원자력 발전을 담당하는 기업. 1994년 설립된 기업. 지방정부가 45%, CNNC가 45%,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CPI)가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미국 원자력 기술 해킹 의혹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6년 미국 법무부는 미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특수 핵 물질을 생산하려는 음모를 꾸민 혐의로 미국인 핵 엔지니어인 쑤슝 호 씨와 중국 국영 원자력발전 회사인 중국일반원자력그룹(CGN)를 기소한 바 있다. 지난해엔 미 상무부가 미국 원자력 기술을 군사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미국산 관련 제품의 CGN에 대한 판매를 제한하는 금수 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하이캉웨이스(海康威視·HIKVISION)

[하이캉웨이스 홈페이지 캡처]

[하이캉웨이스 홈페이지 캡처]

감시용 폐쇄회로(CC)TV를 만드는 곳이다.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중국 정부가 치안을 위해 전국 각지에 CCTV를 설치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하이크비전 매출액은 중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0년 36억 위안(약 6032억 원)에서 2018년에 500억 위안(약 8조 3805억 원)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유럽 등에 40곳 이상 거점을 두고 있다. 중국 본토를 제외한 2018년 기준 매출은 약 142억 위안(약 2조 3800억 원)이다.

중국항공엔진(AECC)그룹

[중국항공엔진그룹 캡처]

[중국항공엔진그룹 캡처]

항공기 엔진 개발과 연구 및 제작을 전담하는 국유기업. 항공 엔진과 관련한 모든 연구·제조 기관 40개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철도건설공사(CRCC)

[차이나데일리 캡처]

[차이나데일리 캡처]

중국 국영철도회사. 영국의 고속철도사업에까지 참여를 노리는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영국 정부는 런던과 버밍엄·맨체스터를 잇는 2단계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CRCC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국은 영국 정부에 싼 가격으로 5년 만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2단계 철도사업 비용은 1000억 파운드(약 149조 원)로 추정된다.

슝마오(熊猫·PEG)그룹

[슝마오 그룹 홈페이지 캡처]

[슝마오 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국 최대 전자업체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11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 회사를 찾아 최신 LCD 제품라인을 둘러본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2002년에는 북한의 대동강계산기 회사와 합작해 컴퓨터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중커수광(曙光·SUGON)그룹

[수광그룹 홈페이지 캡처]

[수광그룹 홈페이지 캡처]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슈퍼컴퓨팅 콘퍼런스(ISC)가 매년 두 차례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톱500)’를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6월 발표에서도 500대 슈퍼컴퓨터 중 63대가 중커수광이 개발한 제품이었다. 슈퍼컴퓨터뿐 아니라 저장장치와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통합 시스템 등에도 진출해 있다.

중커수광의 기원은 1956년이다. 중국 내에서 최초로 컴퓨터 과학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국과학원 산하 컴퓨팅기술연구소가 전신이다. 95년 연구소에서 분리돼 중커수광이 설립됐다.

중국이동통신(CMCC)그룹

[CMCC 홈페이지 캡처]

[CMCC 홈페이지 캡처]

유무선 전화, 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중국의 국영 이동통신 기업이다. 9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 최대 통신사다. 이곳 역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이 신청한 미국 내 사업 허가를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거부했다.

중국전신(電信·China Telecom)그룹

[중국전신그룹 캡처]

[중국전신그룹 캡처]

중국 최대의 유선통신사이며 3위 이동통신업체. 이곳 역시 미국 진출 이후 난관을 맞고 있다. 미국 법무부를 비롯한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은 지난 4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차이나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승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기관이 지원하는 사이버 활동에 참여해 미 경제에 대한 스파이 행위를 하고 통신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인스퍼(량차오·浪潮)그룹

[차이나데일리 캡처]

[차이나데일리 캡처]

인스퍼는 중국 1위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다. 역사가 오래된 중국의 IT 기업이다. 인스퍼의 전신은 1960년대 설립된 산둥 전자설비공장이다. 당시엔 컴퓨터 주변 장치와 전자관을 생산했다. 70년 중국 첫 번째 인공위성인 동방홍 1호에는 인스퍼가 생산한 트랜지스터가 전자 부품으로 사용됐다. 인스퍼의 중국어 이름은 랑차오(浪潮), 즉 물결이라는 뜻이다.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80년에 출판한 『제3의 물결』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었다.

중국 중처(中車·CRCC)그룹

[중처그룹 홈페이지 캡처]

[중처그룹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대 철도차량 업체다. 최근 미국 내 지하철 차량(800대 규모) 입찰을 따내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안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철 차량의 보안 카메라에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백악관·국방부 등 연방정부 공무원의 동선(動線) 정보와 인상착의 이미지를 중국 정보당국에 전송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이 지적했다.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중국 궤도차 생산 기업 CRRC(中國中車)가 보낸 의료물품. [신화=연합뉴스]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중국 궤도차 생산 기업 CRRC(中國中車)가 보낸 의료물품. [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와중인 지난 3~4월엔 유럽 각국에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물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화웨이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중국 이동통신 업체. 화웨이는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시장 점유율 2~3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업체이기도 하다. 최근 보안 논란으로 인해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물론 리스트에 오른다고 미 정부의 경제 제재를 당장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간문제다. 국방부가 해당 리스트를 제출한 곳이 미 의회란 점을 보면 그렇다. 미국은 중국 관련 안보 문제에선 초당적이다. 의회와 행정부가 합심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중국군을 지원하며 국내에선 인권 침해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옥죌 가능성이 크다. 제재 범위는 이들 기업을 넘어 확대될 확률도 매우 높다.

중국과 미국의 끝 모를 대립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은 당분간 단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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