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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병 기운 다스리고, 나쁜 기운 몰아내 기력 보충하는 귀한 약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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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침향의 건강학

나이를 먹으면 기력이 쇠하기 쉽다. 요즘처럼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하면 더욱 지치고 체내 균형이 깨지면서 잔병치레도 잦아진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체내 면역 세포와 면역의 근간이 되는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면역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전통 의학에서는 이처럼 기력을 회복할 때 ‘침향(沈香)’을 사용했다. 침향은 용연향·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힌다. 침향의 원산지인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몸의 안 좋은 기운을 몸 밖으로 빼내고 몸을 보하는 데 그만큼 탁월하기 때문이다.

한·중 전통 의서에 각종 효능 명기 #과학적 연구로 핵심 성분 밝혀져 #식약처 안전성 확인한 제품 나와

10년 이상 굳어진 나뭇진 덩어리

침향은 침수향(沈水香)이라고도 불렸다. 이 때문에 침향을 ‘향나무를 물에 수십 년간 담갔다 말린 것’이라고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침향은 사실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조금씩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이다. 수지는 나무가 세균·곰팡이 등 상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스스로 회복·치료하기 위해 분비하는 점도 높은 액체다. 침향이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온 이유다.

침향에 대한 기록은 여러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쓰여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침향의 건강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들 기록에는 침향이 얼마나 다양한 질환과 증상에 활용됐는지 엿볼 수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침향의 성질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했다.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또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침향의 쓰임새에 대해 설명한다. 한편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침향의 심신 안정 효과를 조명하고 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다양한 효과는 침향이 지닌 성질과 관련이 깊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침향을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이라고 해서 ‘이기약(理氣藥)’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황 원장은 특히 “침향은 기본적으로 뭉친 기운을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침향은 우선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구토나 기침, 천식, 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은 이런 성질 때문이다. 황 원장은 “침향의 ‘침’자가 잠기다·가라앉다의 침(沈)자”라며 “침향의 기운이 기가 역상(逆上)하는 것을 치유한다”고 말했다.

침향은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성질도 있다. 침향이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은 이러한 성질 때문이다. 황 원장은 “본초학에서는 침향을 강기온중(降氣溫中)·난신납기(暖腎納氣)라고 해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이 콩팥으로 모여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침향은 천식, 변비, 소화 장애뿐 아니라 정력 증강에도 많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침향은 어떻게 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침향의 작용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돼 유효 성분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만성 신부전 호전, 심신 안정 효과

가장 중요한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기존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핵심 성분은 침향에 함유된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 때문에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본초강목'에 언급된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침향의 효과는 아가로스피롤 덕분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침향 역시 과유불급이다. 과용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두통이나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한 번에 정해진 양만 먹도록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이 나와 있어 이를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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